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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경제학
  • 안산신문
  • 승인 2020.07.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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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경제학은 인간 욕구의 결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식욕이나 성욕등 본능적 욕구를 시작으로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받고 싶은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르는 5단계의 욕구를 순차적으로 지향하여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핍이란 필요에서 소유를 뺀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우리말로 고픔이라고 한다.

고픔이란 속이 비어 채우고 싶다라는 말이다. 비어 있는 상태와 채우려는 욕망이 어울어진 단어이다. 배가 비어있으면 먹고 싶은 욕망이 뇌를 자극한다. 앎이 비어 있으면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사랑이 비어있으면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관심을 끌기 위해 부정적인 자극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채워지지않은 고픔이 인류를 풍요하게 만들었다. 농경시대이후 4차산업혁명의 산물인 사이버 물리적 시스템과 인공지능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생물적인 본능인 배고픔은 육체라는 제한된 결핍을 채우면 되지만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고픔은 상상 이상의 큰 공허를 갖고 있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지난 6월20일 미국에서 스티브 빙이라는 거부가 자신의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조부가 물려준 6억달러의 유산으로 태어날때부터 부자였다. 미모를 가진 헐리우드 여배우를 아내로 두었지만 그의 심리적 고픔을 메워주지 못했다. 지난 7월 9일 세 번이나 서울시장을 연임하던 박원순시장이 돌연 죽음을 택했다. 인권변호사로 사회시민운동을 선도하며 신실함으로 존경받던 그였다. 그러나 성추행 사실로 경찰에서 수사중이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 부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씀씀이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이라는 막강한 권력를 가지고 있었고 차기대선주자였다. 많은 지지자와 추종자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아내와 두아이도 있다. 어떤 고픔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는 분명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없는 결핍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아구까지 채우려는 욕심을 절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겸손이라고 한다. 채워지지 못함을 한계로 알고 거기까지가 은혜임을 알고 자족함이 겸손이다. 어려서 학교를 다녀오면 젖을 짤 수 있는 하얀 염소를 산으로 데려가서 풀을 뜯기게 했다. 목둘레에 연결된 밧줄을 먹이가 많은 곳의 나무나 바위에 묶어놓으면 염소는 밧줄의 길이 반경이내에서 풀을 뜯게된다.

밧줄의 길이 너머에 좋은 먹이감이 있어도 결코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제한된 지역이 가장 안전이 보장된다. 어느 날 헐겁게 매어진 밧줄을 풀고 벗어난 염소가 잘 익은 콩밭에 가서 정신 없이 콩을 뜯어 먹었는데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새김질을 해야하는데 너무 많이 먹은 콩이 배안에서 불어나서 새김질을 못하게되고 배가 불러 죽은 것이다. 어린나이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자기관리(self-management)는 자기인식(self-awerence)에서 비롯된다. 자기의 성격, 가치관, 태도, 행동, 단점, 강점 등 자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데스의 말이 허언이 아니다. 한편, 자기통제(self-control)가 자기관리의 요소이다. 다른 사람과의 이해가 상충되어 부딪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빚어지는 착한 양심과 유혹의 부조화로 인한 갈등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를 기준으로 보면 조절은 거의 불가하지만 공익의 차원으로 생각하면 조절할 수 없는 갈등이 없다. 공익을 우선으로 할 때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사적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의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평소에 작은 일에서 유혹을 피하고 이겨내는 반복된 연습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한 도시의 시의회의장이 ATM기에 다른 고객이 놓고간 70만원을 가져다 사용했다고 절도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작은 유혹을 피하는 습관이 몸에 익히도록 해야한다. 작은 의사결정을 할때에도 사적 이익을 배제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결핍은 우리를 자극하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일을 도모하게 하지만 만족할줄 모르는 무한한 욕망은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애쓰지 말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 애쓰라(요6:27)라는 성경말씀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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