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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모두가 대통령이었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7.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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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전세는 불리해지고 엄습해오는 두려움에 탈영병들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한 사람이 진두지휘에 나섰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
6·25전쟁 시, 경북 칠곡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 장군이 내린 명령이었다. 다부동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전투였다. 이 전투의 승리로 북한군의 대공세를 와해시킴은 물론 국군들에게 낙동강 전선을 고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도 되었다. 이곳이 뚫렸더라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백선엽 장군을 구국의 영웅이자 6·25전쟁의 전설로 불리게 만든 대전투였다.
이런 그가 100세의 일기로 지난 15일, 육군장으로 대전현충원에 영원히 잠들었다. 최고 예우를 갖춰 거행됐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비슷한 무렵, 예기치 않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박원순 시장과는 비교가 되어도 한참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미투사건이 벌어지자, 목숨을 끊은 시장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서울시장으로 치렀다. 그를 마치 영웅인 양 미화하며 미투사건은 상식 이하로 흠잡으려 예서제서 난리를 쳐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편향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 대표는 미투사건을 묻는 기자들에게 “×× 자식”이라며 상말을 퍼부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사려 없이 해대는 위인이라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불쾌하기 그지없다. 고 박 시장의 장례식장에는 민주당의 내로라하는 정치계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참 징그럽게도 끼리끼리 너무 잘 논다. 그런 와중에도 백선엽 장군을 서울현충원으로 모시자는 청원이 들끓었으나, 그들 앞에서는 마이동풍이었다. 귀는 하나이고 입만 두 개를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그날 15일, 대전현충원엔 비가 내렸다. 다부동 전투 시 참전용사를 비롯한 장병 8명은 백 장군 묘에 허토(봉분하기에 앞서 상제들이 흙을 관 위에 뿌리는 절차)를 했다. 허토용 흙은 다부동과 6·25 격전지 8곳에서 퍼 온 뜻 깊은 흙이었다. 또한 백 장군의 수의는 6·25전쟁 당시의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미군 전투복을 수의로 했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코로나19로 행사장 입장이 제한된 일부 참배객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묘역 주변에 둘러서서 예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광복회와 반대 단체들은 영웅의 마지막 길까지 운구차량을 막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했다. 볼썽사나운 장면은 이뿐이 아니었다. 그날 백 장군에 대한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노영희 변호사는 자신의 YTN 라디오 프로그램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하차했다. 앞서 노 변호사는 13일 MBN 뉴스에 패널로 출연해 “어떻게 저분(백선엽 장군)이 6·25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쏴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 친일 행적을 한 사람은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6·25전쟁으로 인해 아군 전사자 수만 해도 17만 명이 넘는다. 민간인은 37만 명이 넘는다. 이런 무서운 전쟁의 비극을 제멋대로 상식 이하의 막말로 떠들어댔으니 인과응보인 셈이다. 어디 이뿐이랴? 군인권센터는 “백선엽이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닌 야스쿠니 신사.”라며 저주성 상말까지 퍼부었다. 민주당 내에서 친일파 파묘법을 강조하는 의원들도 백 장군의 육군장을 비난했다. 친민주당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백선엽 장군 때리기에 앞장을 섰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살로 마감한 서울시장에게는 그렇게 그의 업적을 미화하면서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체의 논평도 내놓질 않았다. 혹시라도 김정은의 눈치를 보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절대 아니라고 치부하면서도 뭔가 찝찝한 마음 그지없다.
공과 사는 분명히 하면서 정부계 인사들이 그날 참석했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을까? 비가 온 그날, 백선엽 장군을 찾은 조문객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국군통수권자이며 대통령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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