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얼마 전 영화관에 갔다. 시작 시간이 조금 지나서 서둘러 들어서니 눈앞은 어둠이 가로 막고 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찾고 앉으니 이제 시작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기대하고 갔던 영화라 집중하고 보려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풍겨 왔다. 강렬한 향은 싸구려향수 냄새도 아니고, 자극이 강해서 코를 찔렀다. 도대체 무슨 냄새일까를 생각 하느라 영화의 장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옆에 앉은 남편에게 무슨 냄새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안 난다는 것이다.
 자리를 바꿔 앉아도 냄새는 마찬가지로 났다. ‘아! 파스냄새다’하고 냄새의 주범은 맞췄으나, 이젠 누가  파스를 붙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누가 붙였다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파스를 붙인 사람은 어딘가 아파서 붙였는데 옆에 앉은 나는 그 냄새가 싫었다. 이럴 때는 냄새 잘 맞는 내 코가 싫다. 남편처럼, 옆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는데, 유독 내 코에만 견딜 수 없는 향이란 말인가? 얼마나 아파서 파스를 붙일 정도일까 보다는 냄새에 신경 쓰여서 영화에 집중 할 수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남들보다 유별나게 냄새를 잘 맡는다. 남편의 담배 냄새도 지독히 싫어하고 술을 한잔만 마시고 와도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그런데 이렇듯 오랫동안 파스 냄새를 오래 맡아보기는 처음이다. 꽃향기를 넣어서 파스를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치료를 받지 않을까?
 어릴 때 친구는 온몸에 멍이 잘 드는 피부였는지? 팔목이나 어깨에 늘 파스를 부치고 다녔다. 건강한 나는 그런 것도 부러웠다. 아무거나 부럽던 시절이었다. 손목에 하얗게 붙여진 파스를 보면서 나도 뼈에 멍이 가서 좀 아파봤으면 했다.
 처녀시절, 직장에 근무할 때 나는 우유회사 실험실에서 근무했다. 근무환경 상 실험실은 늘 청결을 유지해야 해서 소독을 많이 했다. 당연히 내 몸에도 소독약 냄새가 베이기 마련이었다. 한  번은 버스를 탔는데, 여학생들이 우르르 내 옆에 오더니 버스 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야단이었다. 내 몸에서 나는 소독약냄새 때문이리라.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예민한 코를 가진 그 여학생들이 얄미웠다. 그러나 올챙이 시절을 잃어버린 나는 파스 냄새에 진저리 치면서 고상한 척 하고 있다.
 요즘은 향기를 치료 요법에도 사용한다고 한다. ‘향기의 신비’ 아로마 요법이라고 한다. 인체에 이로운 식물의 향기를 추출해 질병 예방이나 미용에 활용하는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 향기요법)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로마 제품이 단순히 미용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기, 피부건조증 등의 질병 치료와 공기정화 작용에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따뜻한 물에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목욕을 하거나 발을 담그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 겨울철 실내 공기정화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아로마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연향을 이용한 자연 치료요법'으로 향기를 뜻하는 아로마(Aroma)와 치료(Therapy)의 합성어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향유를 이용해 코의 후각신경이나 피부를 통해 흡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자연요법. 향유는 독특한 향과 치료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종류에 따라 정신을 진정·이완시켜 주거나 자극을 활성화해 준다고 한다.
 냄새로 느껴지는 향기와는 달리 아름다운 말에도 향기는 있다. 우리는 날마다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다. 그 중에는 아름다운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말도 많다. 말속에도 향기와 사랑이 있다는 걸 모르고 함부로 말하고는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 보다는 칭찬하는 말이, 상처 주는 말보다는 위로하는 말이, 비난보다는 격려의 말이, 나와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
 ‘마크 트웨인’은 "멋진 칭찬을 들으면 그것만 먹어도 두 달은 살 수 있다"고 했다. 복잡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서로의 격려와 칭찬과 긍정적인 말은 이 세상을 훨씬 밝게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말에는 향기가 분명 있다. 장맛비가 지겹게 쏟아지는 오후 향기로운 말 한 마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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