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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 말 ‘내 탓이오’
  • 안산신문
  • 승인 2020.08.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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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수마가 할퀴고 간 곳마다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산사태로 집과 농경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망자와 실종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9일 현재 사망자 31명, 실종 11명, 이재민은 60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러다간 나라 전체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될까 두렵다. 피해 현장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수재민들의 표정에 억장이 무너진다. 기상청의 기상 예보는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오보청, 구라청, 청개구리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을까. 아직도 장마전선은 오락가락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은 더 불안하고 일만 터지면 서로 떠넘기기에 아수라장이다. 브레이크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달리고 있는 여당이나 아무 힘도 못쓰고 있는 야당이 서로 네 탓으로 눈에 쌍심지를 켜며 쌈박질을 해대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서가의 오래된 책이 눈길을 잡아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으로 성장해가는 꿈 많은 7살 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할아버지는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도로 잡혀가 순교를 하고, 세월이 흘러 그 집안에서 한 아이가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나게 된다. 막내는 어머니 젖이 늘 부족해 큰누님의 젖까지 먹으며 소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가게 주인이 되어 어머니를 편안히 모시려는 꿈을 갖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일본 아이들과의 편싸움에서 돌멩이에 이마를 맞는다. 그 상흔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른쪽 이마 위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소년의 가슴에 항상 자리 잡고 있던 ‘주권을 찾고 싶다’라는 독립심. 후에 이 소년은 우리나라를 환히 밝히는 큰별이 되었다. 바로 2009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동화 ‘바보 별님’이다.
요즈음 들어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한 바보 별님으로 반짝이는 김수환 추기경이 새삼 그리워진다. 특히 ‘내 탓이오’ 운동을 펴던 그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추기경은 우리나라 전반에 깊게 드리운 부정적 현상에 대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을 경계했다.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차량 유리에 붙이는 캠페인을 벌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힘들 때마다 국민들의 가슴을 질화로처럼 매작지근하게 데워주던 그 모습이 그립다.
나라 전체가 온통 ‘남 탓’으로 돌리는데 매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일 헛발질만 해대는 부동산 정책에 국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남 탓으로 돌리는데 정신을 쏟고 있다. 집권한 지가 3년이 흘렀는데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전 정부 탓으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한 장관은 박정희 정부에까지 책임 전가의 화살을 돌려 더욱더 분노를 가중시켰다. 오죽하면 ‘나라가 니꺼냐?’가 실검 상위권까지 올랐을까? ‘집주인도 국민이다, 다주택, 1주택, 무주택자 모두 피해자이다. 세금이 아니라 마치 벌금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6·17대책, 7·10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까지 해댔다. 그래도 정부는 내로남불이다. 청와대 비서실 고위공직자의 ‘집 한 채 외에는 다 팔아야 한다’라는 희한한 주장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참모진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꼴불견 작태에 국민들의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감독이 22번째 헛발질과 헛스윙을 해대는 선수를 계속 기용하면 어떻게 될까? 감독의 독선과 아집으로 나중엔 선수들까지도 위화감이 생겨 그 팀은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신음하게 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남 탓 타령에서 벗어나 내 탓이란 반성의 소리를 내놔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공급과 수요 그리고 경제 논리에 따라 정책을 거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지금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국론만 극한적으로 또 다시 분열될 뿐이다. 
1990년대, 차량 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던 스티커 ‘내 탓이오’를 다시 붙이고 싶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시작한 ‘내 탓이오’의 김수환 추기경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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