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페리코라시스(perichorasis)는 헬리어로 상호순환, 상호침투, 상호내재 등으로 번역된다. 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와 위르겐 몰트만은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 이를 인용하여 사회적 삼위일체론, 공동체적 삼위일체론으로 설명하였다. 이 단어는 오늘 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특징인 초융합(convergence)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는 연합(synapheia)도 아니고 혼합(syncrasis)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하나님으로 존재하시면서 동시에 본질적으로 한 분이시라는 삼위일체(Trinity)의 교리는 4세기에 아우구스티누스의 의해 만들어지고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조 이후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되어 왔다. 삼위의 하나님은 평등한 인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격들이 독특한 자기 자리를 가지지만 다른 인격과의 친밀한 관계안에서 하나의 실체를 형성하며 끊임 없이 움직이는 페리코라시스적 관계 속에 있다.
  경제는 어떤 의미에서 실체는 있는데 해석은 어렵다. 수 많은 경제정책들을 시행 해보지만 정답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는 유효하지만 모든 상황에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기에 경제정책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어야 한다.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은 대공황에는 옳다고 여겼지만 대공황이 끝났을때는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몇 달째 코로나19의 전염이 지속되어 일상을 회복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스크가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윤리가 되고 있다. 뉴노멀의 시대는 기존의 모든 경제적 기준과 가치를 올드노멀로 퇴색하게 만들 것이다. 고성장의 꿈에서 깨어나야한다.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 저투자가 뉴노멀이라고 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대로 경제의 3요소는 생산, 소비, 분배이다. 이 세가지는 독립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페리코라시스적 관계로 경제의 삼위일체라고 할 수 있다. 저성장은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소득인 분배의 파이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뉴노멀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카오스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오스(Chaos)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한다. 복잡하고 무질서와 불규칙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카오스 이론은 겉보기에는 불규칙하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기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는 아마존 정글에서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유명한 나비효과를 제안했다. 나비의 날개 짓과 같이 아주 미미한 사건일지 모르지만 배가 고픈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지출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을 해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반짝이던 시장도 소비가 줄고 있다.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바탕으로 23번째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를 대폭 올렸다. 임대차 3법이라고 불리는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물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임대자의 입장을 갑의 입장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무리이다. 항간에 회자되는 말대로 무주택자는 주택마련이 요원해지고 주거불안에 절망을 1주택자는 한숨을, 다주택자는 세금폭탄에 분노를 터뜨린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소득조차 줄어들었는데 세금은 오르고 홍수로 인해 시장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경기침체에 인플레이션은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국민들은 단순하다. 절대적이던 대통령지지율은 득표율보다 낮게 하락하고 그동안 야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던 여권의 지지세는 추락하고 있다. 국가의 3대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예외없이 페리코라시스적이다. 국민이 거주하는 영역이 영토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주권이다.
국민을 벗어날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국민들과 페리코라시스적 관계를 가져야한다. 국민이 있기에 정부가 있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인 우분트(Ubuntu)의 의미이다. 우리는 우분트를 인식할 때 생산과 소비, 분배의 경제활동도 역동성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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