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얼마 전 지인에게서 장미꽃 한다발을 선물 받았다. 장미꽃은 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여 꽃다발에 안 들어가는 적이 없다. 꽃 중에서도 장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어버이 날이 되면 자녀가 아니어도 카네이션이나 장미를 선물 받곤 한다. 나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어도 꽃을 사고 선물을 한다. 꽃을 사거나 선물하는 일은 그 아름다움에 반하기도 하고 삶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 거제도를 잠시 여행했다.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한적한 거리를 걷곤 했다. 몇 일 동안 바닷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었다. 쉼이란 이런 여유를 두고 하는 것이리라. 거제도에서 눈에 띄는 무궁화 꽃길이었다. 가로수로 무궁화를 심은 곳이 많았다. 꽃 하나하는 예쁘지만 무성한 잎에 가려 진가가 덜 빛나는 꽃 무궁화였다.
 어째서 꽃집에서는 살 수 없고 팔지도 않는 것일까? 나라꽃이라는데 그다지 화려하지가 않아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꽃피는 기간이 7∼10월로 길어서 아파트나 길거리에 한 두 그루씩 꽃이 피웠다지곤 한다. 무궁화가 나라꽃이라고 어릴 적부터 가슴에 새기긴 했어도 그 꽃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거제도에서 본 가로수 무궁화는 생경한 느낌이었다. 나라꽃이라는 상징은 있지만 꽃자체에 대한 대접은 전혀 없는 꽃이라 유감이다.
 무궁화의 날도 없고 무궁화 꽃구경을 가 본적이 없고 그 꽃 앞에서 찍은 사진도 없다. 나만 그런 것일까? 노래가사에도 있듯이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모두 꽃밭이라는데, 주변 아줌마들의 프로필 사진에 무궁화꽃을 본 적이 없음이 아쉽다.
 우리나라에는 지방 자치단체별로 축제를 많이 한다. 주로 지방 특산물 축제를 하는데, 봄이면 산수유축제, 벚꽃축제, 장미축제, 가을엔 은행나무 축제 등 우리나라엔 꽃이나 나무에 관련된 축제가 많다. 지방 소도시별로 무궁화축제를 하긴 한다. 그러나 여태 한 번도 남쪽의 벚꽃 축제처럼 백만 인파가 몰렸다느니 하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선정한 것은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는 의식 때,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으면서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무궁화정신은 우리겨레의 단결과 협동심으로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꽃잎의 근원은 하나인 통꽃이며, 우리겨레의 인내, 끈기 그리고 진취성으로 여름철 100여 일간 한그루에서 3천 송이 이상의 꽃을 피운다.
 꽃말도 좋고 약용이나 차로도 마실 수 있는 것이 나라꽃 무궁화인데 그늘에 가려서 아쉽다.요즘은 꽃이 개량되어 장미꽃도 보라색, 청색꽃이 많이 나온다. 무궁화에 대한 개량과 관심이 필요하다.
 홍천에 있는 “무궁화수목원”이 무궁화명소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무궁화 명소가 많아져서 사람들에게 무궁화가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되고 무궁화 꽃길을 여행가고 싶다. 나라꽃에 대한 대접은 국민 모두의 몫이지만 상장이나 문양으로의 상징보다는 무궁화의 날을 만들거나 광복절에 무궁화 한 송이를 선물하는 풍습을 만들면 어떨까. 또한 일상에서 무궁화가 쉽게 보급되어 꽃을 사거나 선물할 때 무궁화를 선택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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