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서평
대성당
  • 안산신문
  • 승인 2020.09.16 09:48
  • 댓글 0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문학동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열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뒤표지에는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라는 문구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가 극찬하고, 소설가 김연수가 <대성당>의 옮긴이라서 독자들은 한껏 기대를 할 것이다. 읽어보면 과연 그렇다. <대성당>은 1983년에 출간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세련된 소설이다. 소설은 허구성을 지니지만 <대성당>은 허구를 뛰어올라 독자의 마음을 녹이고, 마음 속 잠긴 문을 열어 짜릿한 인생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대성당>이 담고 있는 소재는 일상적이지만 결코 일상만을 담은 이야기들은 아니다. 이야기마다 현실 그대로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듯한 오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열두 편 모두 소설로써 가치 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세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깃털들’에는 두 부부가 만난다. 잭과 프랜 부부와 버드와 올라 부부. 집으로 초대 받은 잭과 프랜 부부는 도시에서 20마일이나 떨어진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 마이 갓!”을 외친다. 공작새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공작은 버드 부부에게 낙원의 새로 불리고 있다.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공작은 잭 부부에게는 그저 커다랗고 어이없는 상황으로 버티고 서 있다. 하지만 부부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상징이 된다.
  아주 못생긴 아기를 키우고 있는 버드 부부의 모습이 행복해보이지만 이 둘의 가정생활은 행복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잭과 프랜 부부의 이후 삶에서 암시하는 말들로 유추해볼 수 있듯이, 부부가 자식을 부양한다는 것은 고뇌와 고통과 책임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가족이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관념을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원제목은 A Small, Good Thing이다. 한 부부의 아이가 여덟 번째 생일에 사고를 당한다. 아이를 잃을지도 모르는 부모의 슬픔을 어떻게 상상할 수나 있겠는가. 작품은 두 부부에게 완전히 몰입되어 읽힌다. 생일 전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 받은 빵집 주인은 찾아가지 않는 케이크 때문에 계속해서 전화를 건다. 부부가 줄곧 곁에서 지켰지만 결국 아이는 죽고 만다. 부부는 죽이고 싶어서 찾아간 빵집 주인에게서 따뜻함과 달콤함을 건네받는다. 독자는 가슴 속 울렁임을 겪는다. 비통함, 위로, 비로소 소통… 이런 순간들을 어떻게 이다지도 아찔하고 고매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소설이 현실을 넘어 꽉 막힌 생각과 마음을 열어준다.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어둠 안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는 것을 레이먼드 카버를 통해 알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대성당’은 맹인과 맹인을 아는 여자, 그리고 그 남편의 이야기다. 아내는 절친한 맹인을 남편에게 소개해주는데 남편은 별로 관심도 없을뿐더러 맹인과 서먹하다. 남편은 볼 수 있지만 잘 못 본다. 맹인은 볼 수 없지만 잘 본다. 남편은 맹인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대성당’을 통해서 눈으로 보는 것은 다가 아니고, 진짜 눈으로 보아야 온전히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행복해서 평이하고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사회주의 안에서 자본주의 중심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내 것만 챙기게 된다. 남을 볼 여유는 없다. 레이먼드 카버는 현대인의 이러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하게끔 해준다. <대성당>은 마음껏 음미하기에 좋은 책이다. 단편이기 때문에 읽고 싶은 순서대로, 읽고 싶은 때에 마음대로 읽으면 된다. 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면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의미를 계속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레이먼드 카버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보시기를….  

김아름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