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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그가 출소한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9.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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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우스갯소리로 안산을 희화화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안 산다 안 산다 하면서 사는 도시는? 나는 땅 부자이다. 그 곳에 가면 나는 안 산 땅 수만 평이나 가지고 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땐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게다가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안산하면 제일 먼저 범죄도시를 떠올린다고 한다. 벌레를 씹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정확하게 따져보면 안산만큼 쾌적한 도시도 별로 없다. 널찍널찍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수많은 공원 그리고 관광, 환경, 문화 등 그야말로 살맛나는 생생도시가 안산이다. 타 도시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민을 위한 정책도 많다. 그런 안산이 요즈음 한 인간 때문에 불안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2008년 12월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안산에서 발생한다. 8세 여아를 강간하여 무지막지한 상처를 남긴 사상 초유의 범죄가 터졌다. 사람으로서는, 아니 사람의 탈을 쓴 짐승도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범인은 이 사건 전에도 성폭력과 상해치사 등 전과 17범이었다.
검사는 이 범죄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너무 너그러웠다. 판사는 그가 술에 취한 상태와 심신미약을 받아들여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당연 후폭풍이 거세질 수밖에. 범죄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12년밖에? 국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터넷 댓글마다 판사에게 향한 분노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판사의 딸이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그 때도 당신은 12년형을 때릴 건가?”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2013년 10월, 이 범인의 잔혹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 ‘소원’이 개봉되었다. 이 영화로 그 잔혹한 사건이 새삼스럽게 더욱 깊고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울분과 분노보다는 생존자 가족들의 삶에 앵글을 맞춰 슬픔 속에서도 영화는 호평을 받았다. 각종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 소원이가 가족들과 밝게 웃는 모습이 나오는데도 웃지 못하고 한참 동안 슬픔을 삭여야했던 영화였다. 
사건이 터지던 몇 개월 전만해도 필자는 나영이(피해 여아 가명)가 다니던 학교에 근무를 했었다. 승진이 되어 다른 학교로 떠난 후,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청천벽력이었다. 아침마다 등굣길 교문에서 인사를 했을 나영이다. 손을 맞잡아 보았을지도 모른다. 서로 마주보며 웃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집무에 집중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성폭력 범죄사건이 뉴스에 나오면 심장이 마구 뛰었다. 아직도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범인이 12월 1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조두순이다. 지난 11일, 출소를 하면 안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자 안산은 술렁거렸다. 우리 동네로 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과 함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 불안은 날이 갈수록 더 증폭될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두순의 출소일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증폭하고 있지만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재심은 불가피할 것이다.
여론이 들끓자 법무부와 안산경찰서 등 관련단체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안산단원경찰서에는 수사 인력이 모두 6개팀 29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1개 팀을 조두순에게 전담하여 24시간 감시하겠다고 한다. 안산보호관찰소도 감독 인력을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전자발찌를 통한 조두순의 이동 동선과 생활 계획을 주 단위로 보고받아 만전을 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하는 법,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놈을 못 막는다라는 속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산시도 범죄예방 CCTV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안산시에는 3,622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시는 연말까지 조두순의 집 주변과 골목길 등 취약지역 64곳에 211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조두순의 출소일이 가까워올수록 시민은 더 불안해 할 것이다. 언론사들은 특종 기사를 터뜨리기 위해 뻥튀기 식 보도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와 경찰서, 관계 기관이 일심동체가 되어 시민들의 불안을 없애는데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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