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소문(rumor)은 어떤 측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고, 어떤 경우에는 집단들과 공동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소문은 불확실성에 대한 더욱 부정적인 반응을 조장할 수 있고 폭동이나 공황을 도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대중 매체나 뉴스 보도를 통해 풍문을 지속시킬 때 우리는 이를 가짜 뉴스라고 한다. 랄프 로스노우(Ralph. L. Rosnow)는 소문이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수준과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의 정도라고 했다. 대부분 소문은 애매한 상황에 대한 재해석을 확신시킬 경우에는 불안감을 감소시킨다는 학자들의 연구도 있다. 그런데 소문은 심인성 질병이나 공통적인 환각을 경험하거나 기이한 행동 등 비상식적인 사고, 감정, 행동이 집단이나 군중 속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대중적 망상(mass delusion)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레 본(Gustave Le Bon)은 1895년에 ’군중‘이란 책을 통하여 ’군중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든, 그들의 생활양식, 직업, 성격, 또는 지능이 같든 다르든 성관없이 그들이 하나의 군중(집단)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혼자일 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일종의 집단의식을 갖게 만든다‘고 했다. 소문은 사람들이 속한 집단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여 군중을 자극하여 분노를 도발하게 함으로 사회적,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동의 의미를 지닌 어그로(aggro)란 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용어는 본래 영어의 도발(Aggravation)또는 공격(Aggression)에서 파생되었다. 이직 규범화되지는 않았지만 어학사전에는 어그로를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유튜브 크레이터들의 활동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제된 말보다는 정치인이건 방송이건 좀 더 자극적인 말들로 사람들을 도발한다. 자극적인 언어들로 인해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지만 내재된 불만과 자극은 공명현상을 일으켜 분노를 표출시킨다. 사회적 갈등이 클 수록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지각으로 인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판단력마저 집단사고에 갇혀버린다. 국민의 불만스러운 감정을 자극해서 분노를 도발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선동하여 민심의 시선을 끄는 어그로 정치행위는 옳지 않다. 어그로 정치는 경제도 망친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들이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주식시장을 흔드는 브로커들의 어그로 행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유튜버의 극히 자극적인 언어로 구독자를 미혹하는 행위도 자제해야 한다.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면 세상이 시시해 보일 수 있다.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게 된다. 영혼을 병들게 하는 어그로의 유혹에 이끌리지 않는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패터슨(Paul G, Patterson)은 그의 동료들과의 연구에서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등 4개국에서 서비스 불만 등으로 분노한 경험을 가진 50명을 인터뷰를 실시하여 소비자가 분노하는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응전략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소비자의 분노는 일순간의 강렬한 경험때문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건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금전적 손실에 따른 경제적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자부심 훼손이나 무력감, 불공정성 등으로 인한 감정적 상처 때문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소비경험에 대한 분노라고 보기에는 요즘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이해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반복하고 누적되면 만족감이 체감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했던 국민의 기대치와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집단사고로 보면 손이 안으로 굽혀질 수 밖에 없다. 통합적 사고와 협치는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볼 때 가능하다. 맨큐의 경제원리에서 자유거래는 모두에게 유익을 준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만 유익이 되고 상대는 손해를 보는 외부효과가 나타난다면 그 시장은 실패한 것이다. 누군가가 시장을 독점하거나 과점하고 있어도 실패된 시장이다. 어그로는 상호적이지 않다. 군중을 자극하고 이용하여 상대를 죽이고 이익을 독식하는 행위이다. 서로에게 유익을 주는 행복한 나라를 꿈 꾼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