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무의도 앞바다는 바다밑이 보일 정도로 깊고 푸르렀다.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은 보드라왔고 피부에 닿는 촉감은 매끄러웠다. 벌써 쌀쌀해진 날씨라 걱정한 것보다는 춥지않아 다행이었다. 우리는 거침없이 입수를 하고 물의 흐름을 따라 목표를 향해 헤엄쳐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점점이 바다 위를 수 놓았다. 이어서 아침 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다가 물들어 사람들의 얼굴도 붉게 빛났다. 태양을 향해 희망과 소망을 기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마지막 바다수영에 임했다.
 바다수영은 유월초 바닷물의 온도가 따뜻해지면 시작하여 가을에 마감한다. 한겨울에도 바다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여름과 초가을에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수영장 이용이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바다수영으로 몰렸다. 물때에 맞춰 나가면 각각의 수영동호회 사람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수영을 한다. 특히 구봉도 앞바다는 수심도 얕고 거리도 적당해서 안산 인근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다만 갯벌이라 바닷속은 보이지 않고 탁해서 처음 바다를 찾았을 때는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다.
 제주도나 남해의 바다는 맑아서 스노클링을 하면 너무 아름답다. 해초나 바위, 물고기를 보는 신비함에 빠져 시간의 흐름을 잊는다. 잠수를 하고 참았던 호흡을 내뱉고 다시 길고 깊은 호흡으로 전환하는 것이 숨비소리다.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돌고래가 전력으로 유영하기 직전처럼 싱싱하고 힘차다.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닮고 싶어 일부러 연습을 한다. 그러나 쉽지는 않고 가늘고 약한 숨소리가 나온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몸짓이다.
 바다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산이나 풍경을 바라보면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 육지에서 바다를 볼 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바다에서 일출을 바라보고 일몰을 보면서 수영하는 일은 신비롭다. 올해의 마지막 바다수영은 무의도 앞바다이다. 해 뜨는 시간과 조수간만의 차를 숙지하고 바다에 들어갔다. 영화에서 본 실미도 앞바다까지 왕복 8킬로를 수영했다. 구봉도의 4킬로에 비하면 배나 되는 거리를 수영했다. 바다가 잔잔해서 힘들지 않고 행복한 수영을 했다.
 가는 곳마다 바다도 오염이 되어 부유물이 떠돌아다니고 폐기물을 많이 만난다. 우리 동호회는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바다수영을 즐기는 만큼 바다청소도 열심히 한다. 입수하는 주변의 바닷가 청소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부유물이 보이면 체계적으로 수거해서 나온다.
 산호말로 인해 바다의 바닥이 하얗게 되는 백화현상은 우리가 스노클링으로 보면 그냥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해산물이 살 수 없는 바다의 사막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바다 밑이라고 피할 방도는 없다.
 바다수영은 예상과 달리 열심히 앞을 보고 헤엄쳐 가면 항상 다른 쪽으로 벗어나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역조류에 갇혀 아무리 헤엄쳐도 제자리에서 맴돈다. 역조류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는 조금만 방향을 바꿔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 세상살이도 그렇다.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지만 목표치를 벗어나거나 제자리에서 맴돌기도 한다.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지 않은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바다에 누워서 유유자적 하늘을 바라보는 일. 내년에도 더 많이 바다를 즐기기를 기다린다.   바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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