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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글날이 왔지만…
  • 안산신문
  • 승인 2020.10.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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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산과 들이 가을옷으로 단장하며 다가오고 있다. 카페에서 흐르는 가을 노래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들지만 예전 같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여느 땐 그냥 지나치던 우체통에게 눈길이 간다. 안쓰러운 자태로 서 있는 우체통에 가을 엽서 한 장이라도 톡 떨어뜨리고 싶은 계절, 10월이 시작되었다. 
10월엔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다. 단군 왕검의 홍익정신과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에 담긴 애민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나라 돌아가는 게 이러쿵저러쿵 하도 말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월 9일은 574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국경일이기 때문에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그러나 여느 국경일처럼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1997년, 유네스코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한글의 과학적 구조,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교육효과, 문자로서의 놀라운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세계 모든 나라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협약을 맺어 매년 그 공로자에게 ‘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네팔의 ‘네팔노령기구’와 영국의 ‘세계연합학교’ 단체가 선정되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한글의 현주소는 어떨까?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아파트단지의 이름은 정체불명의 외국어로 바뀐 지 오래 되었고, 상가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한글로 된 예쁜 글씨체의 간판을 보게 되면 절로 걸음을 멈출 정도이다. 참 아이러니하고 신기한 현상이다.  
한글날이 다가오면서부터 한글에 관한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대부분 한글 파괴에 관한 우려의 뉴스이다. 외래어와 축약어 그리고 신조어의 남발로 세대 간 단절까지 우려된다는 내용이다.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한글날만 되면 단골메뉴로 나오는 뉴스이다. 
언어는 시대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비표준어였던 말이 표준어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표준어가 도태되기도 한다. 언어는 이렇게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 사용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절로 고개를 흔들게 된다. 우리말과 외국어 그리고 축약어와의 조합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게다가 화면엔 친절하게 이해까지 돕는 말풍선까지 보여주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지상파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해서 우리말을 파괴하면서까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까? 그런 모습으로 시청률을 높이겠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우리 한글에 대한 깊은 사유의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그런 사유의 시간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치인들의 막말 행태를 보면 한글날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정치권의 막말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작년부터 유독 그 행태가 더 심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만큼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들의 개인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보면 아예 상대방을 향한 욕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엔 대통령을 향한 욕설이 난무하고, 반대편은 정반대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남의 말이라면 쌍지팡이 짚고 나선다.’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이다. 분열된 국론이 낳은 결과이니 자업자득이다. 정치인들이야말로 이번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품격 있는 언행으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뽑아준 국민들을 우습게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글날 즈음엔 지자체들과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야외에서 치르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이젠 그런 행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비대면 인터넷을 통한 행사로 바뀌었다. 우리 안산도 마찬가지이다. 올해로 제34회를 맞은 ‘전국별망성백일장’이 온라인 대회로 열린다. 아쉽지만 어쩌랴.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으로 창제한 훈민정음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한글날. 그 뜻 깊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한글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보듬어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어영부영 보낼 그런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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