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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안산신문
  • 승인 2020.10.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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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모임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혐오, 갈등, 위험사회 등이다. 저자 박민영의 인문교양시리즈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에 이어 두 번째 인연으로 다가와준 이 책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는 제목부터가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쉽게 꺼내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일상적으로 혐오하고 혐오당하는 현세대에 우리가 꼭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세대/이웃/타자/이념의 혐오까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세대를 혐오하다에서는 청소년, 20대, 주부, 노인 혐오로 세분화되고, 이웃을 혐오하다에서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세월호까지, 또 타자를 혐오하다에서는 이주노동자, 조선족, 난민, 탈북민 혐오를, 이념을 혐오하다에서는 일본의 혐한, 정치, 이슬람, 빨갱이 혐오에 초점을 맞춘다.
  이웃을 혐오하다에서 저자는, 여성혐오는 공기처럼 떠돈다고 하며 여성혐오, 자기혐오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남자들 중에도 페미니즘에 동의하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태어났으므로 당연히 서로 모르는 게 옳다고 한다. 그런 만큼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함보다는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겸손함으로 접근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를 거쳐 온 남성들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성차별적 언어를 구사하고, 여성 혐오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비껴갈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사고와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애태우는 유가족들에게, 정확하지 않은 내용들로 비난과 혐오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조목조목 진실과 거짓을 짚어준다.
  “12명의 잠수부, 헬기 2대, 군함 2척, 특수보트 6대만이 동원되었으며, 심지어 구조작전이라 부를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해경이 한 일이라곤 조타실의 선원들을 실어 나른 것, 스스로 배에서 탈출해 바다에 동동 떠있는 승객들을 건져 올린 것이 전부였다.”(164~165쪽)
  애초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에 요구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었으나, 사고 직후 그들은 승객구조에 총력을 다해달라는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터라, 자기자식을 실컷 못 먹인 게 한으로 남아, 다른 아이들에게라도 실컷 먹게 해 주고 싶어 애태우는 유족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구조해줄 것으로 알았다가, 차가운 물속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목숨을 걸고 비무장지대를 넘어온 나는 곧바로 ‘잉여인간’으로 전락했다. 북한에서는 한 번도 굶어본 적이 없었지만 남한에서 처음으로 굶어봤다.” (256쪽)
  한민족을 중요시하면서도 북한이탈주민이나 중국동포(조선족이라는 말조차 차별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에 대해 차별하는 것에 부당함을 강조, 무지가 막연한 두려움을 만들고 막연한 두려움이 혐오의 토양이 된다며,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오게 된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가정에서 혹은 직장에서, 강자에게 당한 분풀이를 약자에게 풀고 있는 게 아닌지 이쯤에서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혐오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구조를 변화시켜, 혐오를 비롯하여 사회를 좀 먹고 있는 차별․ 성폭력이 사라지고, 모두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지금의 재난(코로나 19)을 극복해 나가기를 고대해 본다.
  ‘혐오 과잉 시대’에 그것이 우리를 집어삼키기 전, 탈출구를 마련해 줄 이 책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를 많은 분들과 함께 봤으면 좋겠다.

민복숙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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