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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으면 행복해진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10.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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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필자가 요즈음 시간 날 때 보려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토요일에 하는 ‘백파더’입니다. 백종원 씨가 요리 재료 하나를 선정해서 요리 초보자들이 할 수 있는 쉬운 요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인데, 볼수록 신기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요리가 백종원 씨의 이야기만 들으면 어떻게 그렇게 달라지는 것일까요? 물론 제가 직접 해보거나 먹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화상대화로 요리를 배우는 요리 초보자들인 이른바 ‘요린이’들의 표정을 보면, 맛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프로그램을 몇 번 보면서, 한 가지 느낀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같은 말로 가르쳐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날, 라면을 끓이기 전에 라면 봉지로 물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라면 봉지를 가로로 접고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백종원 씨가 당황합니다. 왜냐? 라면 봉지를 자르라고 했더니, 어떤 사람들이 세로로 잘랐기 때문입니다.
  ‘가로로 자르든 세로로 자르든, 잘 자르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방식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여러 상황에 맞게 일일이 가르쳐야 할 뿐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일이 이때만 있었던 특별한 일이 아니라,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도 백종원 씨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49명의 ‘요린이’에게 똑같이 가르치는데, 왜 어떤 사람은 잘 따라 하고 어떤 사람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화상대화를 할 때 피할 수 없는 버퍼링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듣기’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잘 들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백종원 씨가 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살피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들리는 말만 듣고 스스로 판단해서 요리를 진행합니다. 예능적인 면에서 볼 때는 잘 듣지 않고 사고를 쳤던 사람이 재미있지만,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에게는 결코 득이 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를 종종 오해하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잘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살피기보다, 내 귀에 들리는 한두 마디로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으로 꼬투리를 잡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는 일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정치도, 사회도, 가정도 그런 아픔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듣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 들어야 합니다. 부분적으로만 듣지 말고 전체적으로 듣고 그 의도와 마음을 읽어내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그것을 가리켜서 우리는 ‘경청(敬聽)’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한 시대에 인정받는 사람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필요한 것을 알았기에, 짧고 굵은 한 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을 때로는 찌르고 때로는 따뜻하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잘 듣고 있습니까? 자녀의 칭얼거림 속에서, 부모의 화내는 소리 속에서 무엇을 듣고 계십니까? 의미 없는 말은 없습니다. 잘 들으면 이해되지 않을 것이 없고, 다 이해가 되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할 이 때! 잘 들어서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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