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학중 칼럼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11.18 09:51
  • 댓글 0
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느 평온한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얼마 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한눈에 봐도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한 아이가 탔습니다.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 그런데 얼마 뒤, 저의 마음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엘리베이터를 탄 아이의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심심했는지, 아이는 버튼을 눌렀다가 뗐다가 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몇 번을 멈춰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뿐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도 심심한 것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이는 문에 기댔다가 손을 댔다가 나중에는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위에 버젓이 ‘손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주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 스티커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냥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마구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번번이 서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오늘 하루를 빨리 시작하려던 저의 계산은 어긋납니다. 하지만 진짜 기막힌 일은 이제 벌어집니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췄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니 얼마의 시간이 허비되느냐의 일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제는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내려갈지 올라갈지 알 수 없었기에, 또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분이 1시간 같던 그 때, 마음으로는 한참을 기다려서야 엘리베이터가 수리되었고, 저는 무사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리하는 사람이 이것저것 알아보더니, 아이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여기 하지 말라고 나왔으면 장난치면 안 되는 거야.” 결국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잘못으로, 아이가 크게 혼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됩니다.
  엘리베이터에 보면 ‘손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주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습니다. 왜 붙여져 있을까요? 손 그림이 예뻐서, 사람의 옆태가 예뻐서 그냥 붙여진 그림이 아닙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에서 그런 작은 충격조차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뜻으로 붙여놓은 것입니다.
  길에 나가보면, 이것저것 금지와 관련된 표지판이 붙여져 있습니다. 왜 붙여놓았을까요? 글씨나 그림이 예뻐서 붙여놓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곳에서 금지되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붙여놓은 것입니다. 운전하다 보면, 정말 짜증 나게도 종종 과속 적발용 카메라가 있습니다. 왜 있을까요? 과속으로 운전하면 위험한 곳이니까,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급격한 내리막길로 차량 제어가 어려운 곳이거나, 아이들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곳이기에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 네! 알고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도, 알고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하지 말자고 이야기된 것은 일단 하지 않으면 됩니다. 물론 정책을 집행하는 쪽에서는 분명하고 타당한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야 하는 우리도 그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은 일단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답답해도, 알고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이유를 생각할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한 때입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