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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여행이야기<90>우리가 할 수 있는 참 여행, 느린 여행
  • 안산신문
  • 승인 2020.11.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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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잘 보호된 곳에 자리잡고 느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속도를 중시하는 도시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세종)

   “빠르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느린 생활’은 우리 삶을 향상할 때 새로운 기법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느린 생활’을 통한 가장 깊은 통찰력으로 삶을 변화하게 하는 동기 만들어 내기 위해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이다.” - 블로거 뒤(Dee)의 바닐라 페이퍼스(Vanilla Papers)에 실린 글 ‘느린 생활이란 무엇인가? (What is slow living)’ 중에서 발췌 -
  
   우리가 할 수 있는 참 여행, 느린 여행


   최근 거리에는 “단체 여행을 자제합시다”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거리 여기저기에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더 심할 때도 하지 않았던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나온 것이다. 코로라의 확산이 조금 주춤하면서 모처럼 일었던 여행을 떠나자 했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산행과 동네 사람끼리의 친목 여행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럴 때 가족들이나 아주 가까운 몇몇이 ‘느린 여행’으로 여행 방식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물론 느낌 그대로 차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편하게 있다가 오는 여행이기도 하다. 다분히 여행 속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사라 슐 리히터(Sarah Schlichter)의 글 ‘느린 여행의 예술(The Art of Slow Travel)’에는 이른 내용이 있다. “휴가를 마치고 떠나기 전보다 더 지쳐 집에 돌아온 적이 있습니까? 많은 여행자가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삶을 살고 있으며, 여행에서조차 동안에만 한 관광 명소에서 다른 관광지로 돌진하는 이동이 계속됩니다. 이러한 ”관광객들 진이 다 빠지는 여행’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용히 등장한 풀뿌리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느린 여행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정말 그렇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여행을 다녀와서는 좋긴 한데 너무 피곤하고 여행을 차분히 정리해보지 못하고 망각하게 되는 일의 반복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분도?
  10여 년 전 일본 생태관광협회의 소개를 받아 일본 산촌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효고현 단바사사야마(丹波篠山) 시에 속한 곳인데 일주일에 버스가 한 번 올 정도로 오지다. 약 10가구에 2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 3박 4일간 머물렀다. 이곳의 전통가옥에서 머물면서 하루종일 마을과 주변 들길을 산책하고 마을과 주민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일이 여행의 일과였다. 여행기간 중 두 번 가까운 읍내에 나가 식사를 하고 간단한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여행의 중심지는 마을이었고, 주로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침과 저녁은 지역 주민들이 배달해 주는 음식으로 하였다. 일정에 쫓기지도 않고 매일 짐을 쌓아야 하는 불편함 없었다. 마지막 날 저녁은 마을 주민들이 가구별로 준비한 음식과 우리 일행(4명)이 준비한 잡채와 불고기를 함께 모아 식사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신기하게도 그 짧은 기간에 ‘정’이 생겼다. 편안한 전원에서 친절한 주민들과 생활한 4일간이 지금도 고향처럼 느껴지고 있고, 그 주민들도 우리 일행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협회를 통해 전해왔다.
   머무는 동안 일본 전통가옥과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아졌고, 농촌 사람들의 생활사를 가까이에서 접해보았다. 잘 알려진 유적지나 관광지를 한 곳도 가보지 않고도 심심치 않았고, 일행들은 보낸 시간이나 경비 그리고 체류지에 대한 만족도 아주 높았다. 서두르지 않으니 여행에서 일체의 스트레스가 없고 순간순간의 시간을 즐기며 여행하는 것이 참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찬찬히 여행지의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여행의 참맛을 느끼는 여행이 이런 ‘느린 여행’이 아닐까? 즉 많은 관광지를 바쁘게 다니기보다는 한 곳이라도 천천히 지역의 자연 그리고 문화나 음식을 느끼며 하는 여행인데 지속가능한 여행이나 생태관광과도 맥이 닿아있다. 여행객을 맞이하는 지역 차원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 다만 한쪽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다가 보면 문화적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이점만 주의하면 된다(실제로는 이런 경우도 매우 드물다). 특히 가까운 곳을 여행한다면 보다 친환경적이 된다. 자연 경비도 줄어든다. 한 숙소에서 며칠 머문다면 침구도 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때 덴마크의 한 숙소에서는 두 번째 날부터 숙박비를 깎아 준다.

도시의 생활이 답답하다면 멀지 않은 곳, 기왕이면 문화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 하루나 이틀을 편하게 그리고 조용히 지내다 오는 것도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충청남도 서산)

   느린 여행은 ‘슬로푸드(slow food, 이 글에서는 ‘느린 음식’이라 쓰지 않고 널 쓰이는 ‘슬로푸드’라 씀) 운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철학적인 취지가 같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맥도널드 점 체인이 늘어나면서 전통 음식이나 생활양식에 대한 위기로 이 운동이 태동하게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로마의 명소로 알려진 에스파냐 광장에 맥도날드 점이 개점하였다. 여기서 제공하는 패스트푸드가 이탈리아의 식생활 문화를 망친다는 위기를 낳자 ‘슬로푸드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1986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의 한 마을에서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슬로푸드 운동’은 ‘반 맥도날드 운동’으로도 불린다. 비만이나 당뇨 등을 일으키는 패스트푸드에 반기를 들고 정성이 담긴 전통 음식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되찾자는 취지다.’ 대체로 슬로푸드는 ‘로컬푸드(local food)’, 즉 지역에서 나는 산물로 만든 현지 음식인 경우가 많다. 느린 여행에서는 현지 음식을 맛보는 여행이 될 수도, 아니 그런 것이 가장 느린 여행다운 여행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동은 느린 생활(slow life 또는 slow living)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차를 타고 떠나서 적어도 이삼일을 한 곳에 머물다 오길 권한다. 도착 다음 날 아침에 숙소 주인과 함께 식사할 수 있으면 더 좋다. 필자도 그래야겠다. 이제야 생각났다. 그동안 미루어왔던 충청남도의 어느 산골에 있는 한 작은 책방의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그곳 주인과 이야기하고 놀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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