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아예 보수동 중고서점 골목을 ‘레트로 여행지’로 꼽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자료)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1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빈트로의 재해석`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 (중략).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침체 개성추구 SNS 활성화 새로움에 대한 돌파구 등을 이유로 기존 레트로에 독특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빈티지가 더해진 `빈트로`가 뜨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이 20년 만에 재출시돼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거나, 단종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재판매 요청이 쇄도하는 것이 그 이유다.” - 신문 ‘매일경제’의 배윤경 기자의 기사 ‘요즘 뜬다는 `빈트로` 뭐가 다를까’ 중에서 발췌 -
  
   추억으로 가는 레트로 여행

   최근 무슨 ‘-트로’라고 하는 용어들이 많아졌다. 장년층들에겐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지만 하면서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던 일인데도 말이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고향 초등학교를 찾아간다든지, 옛 고등학교 교복을 빌려 입고 행사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일들과 맥이 다아 있다. 또 몇십 년 전에 유행했던 ‘추억의 먹거리 또는 간식거리’의 판매가 늘어나고, 심상찮은 ‘트로트’의 대유행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현상으로 보인다. 어쩌면 용어의 설명만으로 이번 연재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아 네이버 ‘지식백과’ 등에 나온 설명들을 모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레트로(retro)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으로 '복고주의', '복고풍'이라고도 불린다. 레트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확장되면서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힙트로(hip-tro, ‘힙(최신 유행 사정에 밝은 / 앞서 있는)’과 ‘레트로’를 조합한 용어로, 뉴트로에서 한 단계 진화해 복고를 최신 유행으로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빈트로(vin-tro, 레트로와 빈티지의 합성어로,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뜻하는 빈트로가 최근 트랜드로 부상한다)는 등의 새로운 개념도 등장했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펴낸 온라인 잡지의 레트로 여행에 관한 권상구의 글(흐르는 장소, 레트로)에서 레트로를 다름과 같이 표현하였다. “21세기 이후 유행한 레트로라는 표현 이전에는 재사용(used), 고전(classic), 재활용(recycling), 구제(舊制), 골동품(骨董品) 혹은 포도의 풍작 시기에 만들어진 품질 좋은 와인을 뜻하는 ‘빈티지(vintage)’ 등의 표현들이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뜻은 알겠는데 그래도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필자가 다녀온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방문 경험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예전에 부산의 도심 관광은 광복동 등 영도다리와 멀지 않은 오래된 지역이었다. 지금은 해운대 한 신도시 주변으로 그 중심이 옮겨 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보수동은 광복동과도 인접해있다. 이곳에는 전국 대도시에는 다 있었던 중고 책 골목이 50년이 넘게 온전한 모습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소멸하거나 아주 작게 축소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곳이 부산의 도시관광 중심으로 부각할 정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책 수집가인 필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오래된 책방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사기보다는 사진 찍는 일에 더 몰두하는 형태에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인지 ‘사진관’과 책방 속에 ‘빈티지 스타일’의 카페를 만드는 등 변화를 주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특히 이 흑백 사진관은 늘 예약이 밀려있는 상태이고, 전국에 관광지에 사진관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레트로는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 거리재생에도 오래된 거리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고, 외형은 옛 모습은 유지하고 내용만을 개성 있게 채우는 것이 대세가 된 것도 그렇다. 대구의 근대골목, 인천의 개항지, 군산의 옛거리(근대 문화거리), 전주의 한옥거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대부분 도시에서도 유사한 재생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지역은 관광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지명도도 꽤 높은 곳도 많고, 어떤 곳도 홍보도 많이 되어있다. 가끔 옛것처럼 위조된 것을 꾸며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분명 최신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서울의 북촌과 서촌 주변 거리도 분명 같은 방향이리라. 레트로풍의 골목재생은 행정기관의 주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업자들과 주민들이 주도한 예도 적지 않다. 서울의 ‘삼청동과 인사동 사잇길’과 ‘경리단길’과 ‘익선동 카페거리’ 등도 후자의 예다. 경리단길의 성공이 순천의 ‘옥리단길’과 경주의 ‘황리단길’ 등으로 이름이 퍼져가는 현상을 두고 권상구는 ‘-리단길 신드롬’이라고 하였다.

거리 관광을 활성화할 때는 이전과는 다르게 기존 있는 집들을 그래도 활용하고 간판과 실내만 바꾸어 사용한다. 방문객들이 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앞의 작가는 레트로 현상을 다음과 같이 다시 정의하였다. “복고풍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복고주의는 기존에 패션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만 국한되어 있었고 지속성도 짧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레트로는 실내 공간보다 거리를 중심으로 구축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인스타그래머(instagrammer)로 상징되는 SNS 세대와 함께 지속적인 도전을 해왔고 그 결과 한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단계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즉 인스타그래머블(instarammable)한 곳과 레트로 여행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쓸쓸한 가을에 어울리는 레트로 여행지로 혼자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서 사진 찍으러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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