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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일기
  • 안산신문
  • 승인 2020.12.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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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12월은 새해 부푼 마음으로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과 수많은 계획을 마무리하는 달이다. 새해 의 굳은 결의도 헛된 약속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모든 핑계를 코로나19라는 괴물에게 전가하였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본업인데 다른 것에 핑계를 대기 보다는 오히려 팬데믹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글을 쓰는 것이 위치에 맞다.

 “오늘 하루를 헛되이 보냈다면 그것은 인생의 손실이다. 하루를 계획대로 유익하게 보내는 것은 보물을 파낸 것과 같다. 하루를 헛되이 보냄은 내게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은 1821년 9월 27일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태어난 프랑스계 스위스인이다. 일찍이 시인으로 데뷔해 시집 「사색에 잠기다」와 「스탈 부인」을 남긴 평론가였다. 그러나 아미엘은 평생 무명작가였다. 그의 역작 「아미엘의 일기」에는 고독에 맞서는 개인의 치열한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인간과 만나기를 꺼렸다. 그의 일기는 구원과 심판이라는 기독교적 주제에 비중을 두면서도 19세기 중·후반의 풍속을 정밀하게 관찰해 어엿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1847년에 시작되어 1881년 4월 29일, 아미엘은 마지막 일기를 썼다. 그리고 5월 11일, 60년 인생을 마감했다. 무려 1만7,00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일기는 사후에 편집되어 「아미엘의 일기」로 출판되었다.

 일기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다. 내면의 성찰과 위안을 얻는 행위이다. 나는 글쓰기를 공부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먼저 일기를 쓰라고 한다. 일기를 빼먹지 않고 매일 쓰다 보면 문장력이 길러진다. 일기는 하루의 반성도 되지만 내일의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일기에 꼭 하루의 일과만 적을 필요는 없다. 독서 일기, 업무 일기, 육아 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처음부터 역작을 쓰는 사람은 없다. 하루 한 장씩 꾸준히 쓴 일기가 모여 「아미엘의 일기」라는 대작이 된 것처럼 소중히 살아온 하루의 기록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비록 연초에 세운 좋은 글을 많이 쓰지는 못했어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쓴 일만큼은 다행이다.
 하루의 일기는 하루를 정산하고 12월의 일기는 한 해를 정산한다. 팬데믹을 통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사색도 더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과의 대면이 어려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원해지고, 특히 자원봉사를 게을리 한 점이다. 직접 찾아가서 하는 봉사는 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 찾아 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는 데야 어쩔 수 없었지만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년의 목표를 세우는 달이기도 하다. 원대한 계획도 오늘 쓰는 한 장의 일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올해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내년이 아닌 12월부터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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