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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 안산신문
  • 승인 2020.12.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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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어릴 적의 모습들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면 저 멀리 스쳐 지나간 꽃 같은 존재가 바로 ‘내 안의 아이’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 그 꽃을 멀리 떠나 보내지 않고 계속 품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키덜트(kidult)라고도 불리는 이런 사람들은 과거의 파편을 어른이 되어서도 모자이크의 한 조각처럼 자기 안에 품고 있다.
  책 속의 마미야 아키노부와 테츠노부 형제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30대가 되어서도 둘이 함께 살며 야구, 보드게임, 영화 및 음악 감상 등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남들에게 조금 뒤처져 보이더라도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하나, ‘연인(혹은 아내)’이다.
  마미야 형제에게는 지금껏 연인이 있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연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 꾸준히 쌓아 올린 호의를 짓밟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팍삭 혹은 와지끈. 양치도 샴푸도 게을리하는 법 없고, 심성 고운 마미야 형제이긴 했으나, 실제로 그들과 면식이 있는 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볼품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나이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자고 매번 슈퍼마켓 저녁 할인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는, 애당초 범주 밖의, 있을 수 없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연애 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 남자들이었다. (p.12)
  왜냐하면 형제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추구가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어쩐지 기분 나쁘고, 애초에 범주에 넣기도 힘든’ 오타쿠의 삶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순정은 조금은 시대착오적이고 어쩌면 조금은 유아적이다. 이 시점의 차이가 노총각들의 순정 코미디를 성립시키는 주요 요소이다. 두 형제는 결국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되고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들만의 행복한 일상은 또 반복된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1989년 등단한 이래, 1992년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2004년 『통곡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로 나오키상을 받았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 로소』가 발표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냉정과 열정 사이, 로소』에서 보여준 그녀의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은 일문학계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 책에서 그녀의 문체는 『냉정과 열정사이, 로소』에서와는 많이 다르지만, 등장인물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소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은 계속된다. 언뜻 보면 웃음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마미야 형제의 일상은, 사실은 남들의 눈을 의식하느라 자신만의 행복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들의 삶은 하찮을 정도로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부럽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져버린 때에 잃어버리게 된,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꼭 다시 찾고 싶은 생활인 것이다.
  역사의 많은 기간 동안 진보만을 생각해온 인류에게 과거 회귀는 질병적 사고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시대는 다시금 변화해 과거 회귀가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의 시작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이상(異常)과 일상(日常)을 구분하지 못한다. 마미야 형제의 이상해 보이는 일상은 우리에게 일상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안내서처럼 보인다. 소확행을 원한다면 책장을 펴보자.

김현숙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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