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에 참석은 가장 힘든 업무를 수행하는 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회의를 이어서 해야하고, 자료를 미리미리 검토하는 등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이런 출장에는 하루쯤 여유를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 아헨)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 나무와 나무가 모여 / 어깨와 어깨를 대고 /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 나무와 나무 사이 /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 생각하지 못했다 /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 나무와 나무 사이 /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안도현의 시 ‘간격’의 전문 -
  
   출장가서 추가 여행을 하면 어때?

   요즈음엔 계속 지방을 나들이를 많이 하고 있다. 다 출장이라고 해도 큰 이의가 정도지만 집을 떠난 것이니 여행은 여행이다. 대부분 당일로 돌아오지만 길어야 1박을 하는 정도다. 이런 경우 쉴 틈이 없고, 자는 날도 밤에 숙소에서 자료를 보거나 밀린 원고를 쓰느라고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설령 시간이 꽤 남는다 하더라도 관광지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엔 좀 눈치가 보인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도. 강의를 목적으로 간 여행이라면 교육 요소가 많은 강의를 한다. 초청할 때 요청하는 주제가 대개 ‘자연보전’이거나 ‘생태관광’이다. 그러니까 여행지에서 여행이나 관광이 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여행의 정의와 방법을 말해야 하는 여행. 필자는 이야길 듣는 현지 여행 운영자들에겐 “관광은 산업이고 경제행위니 돈을 쓰고 가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곤 “생태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한다. 또 그들에게 이런 질문까지 던진다. “이곳에 오긴 했어도 강의비만 받아서 가는 필자는 관광객이라 할 수 있나요?” 한다. 그래서 가끔은 그 지역에 있는 예쁜 카페나 동네 책방을 찾아내어 잠시 들러 차 한잔하고 책 몇 권을 사 오곤 한다. 필자도 관광객이 되고 위해서. 그것도 약간 여유가 생길 때나 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관광 종류 중에 ‘인센티브 관광’이 있다. 마이스(MICE) 관광이라고 할 때 그 ‘I’가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회사에서 공로가 있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보내주는 여행이니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힐링하고 와서 좋고, 직원들은 따로 가긴 어려웠던 여행에 할 수 있으니 또 좋다. 이전에 현금으로 주던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니 다 만족이다. 이러한 여행은 분명 비즈니스와 연관이 되었으나 타지에서 일을 목적으로 온 출장과는 다르다. 얼마 전 생태관광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코로나 국면에서 ‘블레저 여행(Bleisure travel)’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며 관련된 여러 가지 제안을 하였다. 외국으로 가는 출장이 국내로 방향을 틀지는 않더라도 출장자들이 잠시 여유를 가지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여행에 대비할 필요가 분명 있어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음 주 연재 주제를 블레저 관광으로 해야겠다.”라고. 짐작하겠지만 블레저는 일(business)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이다.
   관련된 여러 블로그를 참조해보면 블레저 여행을 이렇게 요약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산업에서 떠오르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 중 하나이다. 그 성장은 출장을 마치고 따로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어보자. ‘산업’이라는 말에도 주목하기 바란다. ‘리화인(Refine)’사에서는 블레저 여행을 “일반적으로 관광과 휴식에서 하이킹, 엔터테인먼트 장소 방문 또는 이벤트 참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기 위해 여행 기간을 연장하는 출장자들의 형태를 말한다.”라고 정의하였다. 즉, ‘출장 가서 잠시 여가를 보내는 것으로 바쁜 직장인들이 업무와 휴가 모두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여행방식’으로 최근엔 출장자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여행 형태다.
   조금 남는 시간에 어쩌다 하는 여행이 아니라 출장을 시작하기 전부터 추가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떠나는 여행을 말하는 것이다. 여행자가 갖는 이점은 사기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사업자 입자에서도 이런 출장을 허용하면 실제로 출장을 떠나고 자 하는 직원의 수가 늘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추후 생산성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본 것이다.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또 여행 목적지에서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더 오래 머무니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회사 대표로서도 이런 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행하기 좋은 장소로 출장을 갈 때 하루나 이틀 쉬었다 오도록 하는 ‘배려’ 말이다. 어쨌든 여행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다. 친구, 가족 또는 동료와 같은 동반자들과 출장지에서 여행의 기회를 얻는다. 이러면 출장에서 오는 무미건조함과 외로움을 완화하고 출장을 즐겁게 하는 등 장점이 많다.

출장이 마치 일반 여행처럼 여겨지는 때도 있다. 자연을 살펴보며 방문지에서 활동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인 경우다. 물론 적성에 잘 맞아야 한다. (일본 오사키)

   앞에서 빌레저 여행은 성장하는 시장이라 했다. 출장에 대한 지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비즈니스여행협회(Global Business Travel Association, GBTA)는 2017년에 전 세계 기업이 출장비로 1조 3000억 달러(약 1,400조 원) 이상을 썼다고 하였다. 숲과 나무의 간격이 보이는가? 한 자료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여행과 지출 데이터 분석해 블레저 여행이 2016년 대비 2017년에 20%가 증가했다고 하였다.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아주 많다. 여행사인 트레블 펄스(Travel Pulse)는 2017년 한 해 동안 220만 건의 블레저 여행 이뤄졌으며, 이는 전 세계 출장중 10% 차지한다고 하였다. 세대별로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38%로 가장 많지만, 엑스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도 각각 31% 차지하며 각 세대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2016～2017년에 유럽·중동·아프리카 국가에서의 블레저 여행은 46%가 증가하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5% 증가했지만, 미주지역은 19%에 불과했다.
    이젠 호텔을 비롯한 관광업체에서는 출장자가 원하는 여행 트렌드를 알아두어야 한다. 한 기사 - ‘출장자가 원하는 최신 비즈니스 여행 트렌드(The Latest Business Travel Trends Business Travellers Desire)’에서 비즈니스 여행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덟 가지 주요 트렌드 – 블레저 여행, 개인화(Personalization), 사물인터넷(IoT), 공유 경제, 고객 체험, 가상 현실, 건강에 대한 옵션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이고 빠른 인터넷 액세스와 일할 수 있는 공간 등이다. 이제 출장을 가면서 당당하게 빌레저 여행을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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