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나 산골에 가면 간판도 제대로 없는 식당들이 있고, 사진의 ‘백합 수제비’처럼 다른 식당에는 없는 음식이 있을 수도 있다. (인천 강화도)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맨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 허영만의 만화 ‘식객 1, 맛의 시작’의 서문을 인용 -
  
   우리도 먹는 여행을 한번 해볼까?

   긴장감이 최고조다. 코로나 방역 단계 다시 격상되었고, 겨울철이고 수도권에서 확진자들이 집단으로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외출, 행사 자제는 물론이고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권하고 있다. 필자도 채택하는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럴 때 여행을 언급하기가 조금은 민망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외출이나 출장을 가야 한다면, 한편은 조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식사하면서 조금은 긴장을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엔 어딜 가나 식당도 일정 거리를 떨어져 앉고, 어떤 곳에는 아크릴 칸막이까지 있다. 그러니 조심하고 북적이는 곳만 피하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전하다고 본다. 여행 연재를 하다 보니 여행지의 소개나 여행을 하는 방식보다는 여행 종류를 소개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방역에 따르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그리되었다.
   ‘음식 여행’이라 해도 좋고 ‘식탐 여행’ 또는 ‘먹는 여행’ 등 무어라 해도 좋다. 훌쩍 떠나는 여행인데 먹는 것에 신경을 써 가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고 할까? 이젠 누구나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게 되고 그러나 보니 누구나 나름대로 맛집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선지 방송에서도 먹방이 대세다. 음식 여행이 요즈음에는 붐이 일고 있지만 이런 경향은 10여 년 전부터 분명 있었고, 20여 년 전부터 자가용 시대가 되고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또 생활 수준도 나아지면서) 자유 여행이 늘자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맛집 여행이 대세가 되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1990년 중순부터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그 이유는 1996년이 백파 홍성유 선생의 ‘한국의 맛있는 집 1234점’을 펴낸 시점이라 이때를 그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음식 여행에 관한 책을 수집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자리 잡았다.
   지금은 꼭 음식 여행이라 정의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인근 지역의 음식점이나 베이커리 카페 또는 로컬푸드 점을 찾아다니며 그것이 음식 여행이라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도 그런 모임에서 올린 사진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도 두 가족이 ‘보이차’를 마시러 다니고 있고, 슬로푸드(패스트푸드의 유행에 맞서 전통음식의 맛과 가치를 지키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로 만든 건강에 좋은 음식)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후자의 모임에서는 작은 이벤트도 하고 슬로푸드 동호인들이 모여 음식 재료를 팔기도 하여 여행 재미가 쏠쏠하였다는 기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후자와 같은 큰 모임은 다 취소되었을 것으로 본다. 전자 형식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드문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엄중한 시점에도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맛집에 모이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팁’을 준다면 지역 주민이 찾은 음식점을 권한다. ‘맛’과 ‘방역 준수’라는 두 마리 토기를 다 잡을 수 있다. 핸드폰 검색에서 찾을 수 없는 그런 집들이다. 그런 집을 찾는 데에는 좋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슬로푸드가 관심이 있다면 국제슬로푸드협회(Slow Food International)의 지부 격인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도 있으니 그곳에 가면 정보가 많다. 이 협회는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을 위한 사회적 실천과 농촌 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육, 연대 및 생물종다양성 보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활동 방향을 정해 놓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한 지역을 여행하다 허름한 식당을 찾아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의외로 나만의 맛집을 찾을 수도 있다. 필자가 이번에 권하는 여행에서는 절대 유명 맛집을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길 바란다. 아니면 방역지침대로 차에서 주문만 하고 잠시 후에 들어가 ‘테이크 아웃’을 하는 방식은 어떤가?
  음식 관광(food tourism)은 요리 관광(culinary tourism)이나 미식 여행(gastronomy tourism)을 동의어처럼 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서도 음식 관광의 비중과 그 중요성을 생각해서인지 ‘미식과 포도주 관광(Gastronomy and Wine Tourism)’을 주요 주제로 삼고 있다. 이 기구에서는 이 관광을 “음식 및 관련 상품 및 여행 활동과 관련된 방문자의 경험을 특징으로 하는 관광 활동의 한 유형으로 미식 관광을 정의한다. 정통, 전통이나 혁신적인 요리 경험과 함께 미식 관광은 현지 생산자 방문, 음식 축제 참여 및 요리 수업 참석과 같은 기타 관련 활동을 포함할 수도 있다. 또는 포도주 관광(Eno-tourism이라고도 함)은 미식 관광의 하위 유형으로서 포도원, 와이너리, 시음, 소비나 포도주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을 의미하며, 종종 원산지에서 찾아가 포도주를 구매하기도 한다.”로 소개하고 있다.

‘산채정식’처럼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다산하는 식재료 만든 로컬푸드가 있고, 이런 음식은 대개 슬로푸드라고 해도 된다. (경북 울릉도)

   음식과 술이 함께 하려는 것은 동서양이 같나 보다. 얼마 전 해남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는 다른 지방에서 찾기 쉽지 않은 요리가 두 가지 있었다. 너무나 맛있게 먹고 지방 여행의 참맛을 느꼈다. 하나는 ‘삼치 삼합’이고 다른 하나는 ‘닭 코스 요리’다. 삼치 삼합은 ‘먼저 김에다 회를 싼다는 것부터가 특이하다. 또 고추냉이 대신에 양념장을 얹은 다음 흰쌀밥하고 같이 싸서 먹는다.’ 그리고 닭 코스 요리는 ‘토종닭을 회에서 불고기, 백숙과 죽까지 그야말로 전 코스 요리다. 놀란 것은 회에는 닭똥집과 닭발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지역 음식에는 지역 술이 빠질 수 있는가? 다행히 해남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막걸리가 있었다. 이와 같은 음식 관광에서는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것보다 요리 맛에 시너지 효과를 낼 정도 여야 제맛이다.
   또 고향을 찾아 어머니 손맛과 같은 맛을 내는 요리를 하는 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고향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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