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느덧 12월이 되었습니다. 비록 기대하던 눈은 오지 않고 있지만, 추운 바람이 사람들의 몸을 웅크리는 것을 보면서 12월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12월은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설레는 달입니다. 가게마다 온갖 장식품들이 걸리고, 각양각색의 은하수 전구가 깜박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또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인형으로 손님들을 유혹하는 시간!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는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성탄 트리를 마당에 세워놓았습니다. 물론 이번 트리는 예년의 그것과 좀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이전에는 안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 화려한 장식과 불빛과 예쁜 모양으로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하얀색과 노란색 전구로 단순하지만 세상을 밝게 비추고 싶는 방식으로 트리를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성탄 트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만들어놓고도 적응되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보면서 기존의 트리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트리에서 본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이었습니다. 불 하나하나는 조그맣습니다. 그 불 하나로는 비출 수 있는 범위가 작습니다. 그 하나로는 별로 쓰일 곳이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전구가 수백 개 모여서 함께 하니까, 온 세상을 비추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있으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옆에 있던 상대방의 가치를 높여주고 동시에 자신의 가치도 높이는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안에는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우선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세상이 넘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성공하기를 바라는 욕망을 갖고, 누군가를 짓밟으며 살아갑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이른바 ‘백마 탄 왕자’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 백마탄 왕자를 통해서 내 가치가 높여지기를 원하며, 누군가에게 아첨하려고 합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시청자들을 모으려는 TV드라마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찮아 보이는 전구들이 함께 모였을 때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사실은 내 주변에 있는 그 하찮은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주고 높여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런 관계를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고, 길거리가 한산합니다. 당국에서는 가능하면 혼자서 잘 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이야기합니다. 지금, 모두가 외로워하는 이때가 어느 때보다도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할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가족이 그런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친구나 동료가 그런 사람일 수 있습니다. 평소에 내가 하찮게 보았던 허름해 보이는 이웃이 그런 사람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그리울 때, 내가 먼저 이웃에게 전화하며 속삭여주세요. “내가 함께 할 게요.” 위로와 격려의 전화로, 따뜻한 카톡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추운 겨울이 따뜻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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