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1987년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노스웨스트항공 255기가 추락합니다. 이 사고로 156명이 죽고, 단 한 명만이 살아남습니다. 그는 바로 ‘세실리아 크로커’라는 네 살짜리 소녀였습니다. 한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 그녀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적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환호를 받던 그녀는 실제로 행복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구출 받은 뒤 이모에게 입양되어 평범하게 삽니다. 고등학교 때 뒤늦게 그 사고로 가족들을 다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녀는 죽은 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한동안 울기만 했습니다. 뒤늦게 트라우마에 시달린 그녀는 자신을 입양하고 끝까지 함께 해준 이모 덕분에 겨우 이겨냅니다. 그리고 희생자들을 잊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손목에 비행기로 문신을 새기게 됩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겉이든 속이든 그 흔적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수시로 살아남은 사람을 괴롭힙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재난에서 잘 빠져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이 끝난 뒤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잘 돌보아서 그 흔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니, 세실리아 크로커에게 이모가 있었던 것처럼, 그 흔적을 제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 한해를 돌아봅니다. 2020년은 말 그대로 ‘코로나의 해’였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큰 재난을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사소한 만남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휘청거리던 경제가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안산에만 해도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제값에 팔지 못하는 공장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처럼 2020년은 코로나라는 재난으로 바쁜 한해였습니다. 그렇다면 2021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어떤 세상이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2021년은 코로나라는 재난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해일 것입니다. 재난으로 인한 불황의 후유증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막막한 사람들이 분노하거나 우울함을 느낄 것이고, 실제로 전문가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우려하는 쪽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2021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도 재난 속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재난의 후유증에 시달릴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위로하는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주변에 보면 많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은 모두가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은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을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10년이 결정될 것입니다. 힘든 것에 주목하지 말고, 앞으로 내 옆에 어려운 사람에게 주목하면 어떨까요? 이제 마음을 주목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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