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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구두의 그늘 속으로
  • 안산신문
  • 승인 2021.0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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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세 <작가>

어둠 속에서 구두를 벗는다 조보 어두운 길을 걸어 오느라
바닥이 해진 구두 옆에 낡은 구두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가시밭길을 잰걸음으로 걸었던 구두를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우두커니 침묵하는 이유는 구두와 나눠 갖은 악몽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처절하도록 시린 응어리가 뒷굽에 아직 박혀 있는 밤
신발장에서 가지런한 한 켤레의 등대가 빛난다
무너져 내린 삶의 아픔을 일으키는 유일한 위안이고
벗 이었던 낡은 구두

악몽에 시달리다 일어난 새벽
신발장 속 인기척 소리에 가만히 문을 열어보니
헐어버린 구두의 눈빛이 내 어머니의 눈빛과 닮았다
파랑새 되어 날아오를 때를 묵직하게 기다리는
헌 구두의 자세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자진모리 장단과 산조의 운율로 헐러버린 낡은구두
길모퉁이를 돌면 여전히 나를 반기며 서 있을 어머니가
그리운 날은......
낡은 구두에 발을 밀어 넣고 골목을 걸어본다
낡은 구두 위로 별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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