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뒤죽박죽이었다. 정치, 경제 그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어마어마한 홍보비까지 뿌려대며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사라지고, 이젠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말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7일까지 연장되고 가족의 생계가 달린 상점들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찬 바람 부는 상가는 시베리아 벌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부의 하는 일마다 국민은 등을 돌리고, 정치꾼들의 막말 행진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올해는 소띠 해이다. 예로부터 소는 우리 조상과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가축이며 식구였다. 우직하면서도 근면과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소, 자연스레 소와 관련된 속담들도 많이 생겨났다. 조상들은 입춘 무렵 흙이나 나무로 소의 형상을 만들며 한 해 농사의 시작과 풍년을 기원했다. ‘소는 농가의 조상이다’라는 속담이 생겼다. 또한 소는 재산 증식과 고기와 우유 그리고 뿔과 가죽까지도 인간을 위해 쓰여왔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속담까지 생겼다. 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이다. 그냥 소가 아니라 흰 소의 해이다.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기운이 올 한 해 우리에게 가득 흘러넘치면 얼마나 좋을까.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나누고, 빈 상점들의 임대 광고가 없어지며 처진 어깨가 쭉쭉 올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확 잡혀야 한다. 백신은 정확히 언제 맞을 수 있는지 발표엔 신뢰가 가질 않는다. 말부터 앞세우느라 정신줄 놓은 정치인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지난 연말,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평가가 60%에 육박하며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정책의 긍정 평가는 5주째 30%대에 머물렀다. 당연한 결과이다. 검찰총장 한 사람을 찍어내기 위해 임기 내내 법무부 장관은 정작 해야 할 일을 내팽개쳤다. 이제 물러난다. 반드시 직무유기에 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새해 3일까지 1000명대를 넘어섰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일 시설 내 최대 규모 감염이다. 한 수용자가 창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쓴 손피켓이 뉴스에 나오는 순간, 다른 나라의 뉴스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인권이 우선이라는 이 정부의 위선과 치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또 묵언 수행(?)을 하다가 35일 만에야 사과발표를 했다. 이래저래 국민에게 화를 돋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새해 첫날, 보건복지부가 만든 ’집콕댄스‘ 영상을 보면 개가 웃을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영상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폭행 살인까지 터지는 판국에 혈세로 이런 영상을 만들다니….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갈취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다.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모두의 삶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고 했다. 발표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통령 취임사와 그동안의 신년사, 따지고 보면 제대로 이룬 성과가 없다. 게다가 여당 대표는 뜬금없이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 이야기를 꺼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뻔한 속셈이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용,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계략으로 보인다. 그 계략은 계속해서 단계별로 나올 게 분명하다.
올해는 원전감사, 울산시장 부정선거, 라임 옵티머스 사태, 윤미향, 조국 등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통령은 몸통에 붙은 곁가지들을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덕망 받는 인재가 재야에 있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써야 한다. 이 정부 특유의 끼리끼리, 초록은 동색인 사람을 썼다가는 곧바로 레임덕의 깊은 늪에 빠져 버리고 말 것이다. 나라의 대통령이다.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올해는 국민이 얼굴 붉히며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냥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며 웃음꽃 피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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