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훈 <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얼마전 예전 의뢰인이 친구가 어려운 일을 당했다며 데리고 와서 상담을 하였다. 상담을 마치고 일어나는 자리에서 상투적 인사로 집으로 가냐고 물었다. 그 의뢰인도 무심코 전세계약 하러 들렀다가 집에 간다며, 보증금이 커서 부담 된다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
직업병이 발생한 나는 보증금과 집의 시세, 계약 경위를 물어보고 의뢰인을 다시 자리에 앉힌 후 인터넷으로 그 집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열어 보았다.
등기부 을구(乙區)에는 이미 선순위 저당권이 시세만큼 잡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갑구(甲區)기재에 따르면 일반채권자(압류채권자)가 신청한 강제경매 절차에 대해 개시결정 등기가 되어있었다. 즉, 경매절차가 이미 개시된 집에 전세계약을 하러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친구집인데 전세를 싸게 주겠다고 해서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등기부를 열어보지 않았냐고 하니까 친구니까 의심하지 않았고 등기부를 볼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전세금을 받아 경매를 막아 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매는 막을 수 있겠지만 이 의뢰인의 전세금은 을구의 담보물권보다 후순위가 되므로 우선변제권이 없다.
즉, 친구에게 피해를 주면서자신의 돌려 막기를 시도한 것이다. 명백히 사기의 착수다. 우연히 건넨 인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가서 계약을 한 후 끔찍한 현실에 직면했을 것이다. 돈은 한번 사고가 나면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등기부가 모든 분쟁을 해결해 주는 절대적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권리관계에 관한기본적인 정보는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등기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법률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이해가 없어 안타까운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등기소에 직접 가서 복사해 오는 형태로 등기부를 열람 했지만 전산화된 지금 인터넷으로 열람과 출력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비용은 불과 700원! 부동산 거래를 한다면 습관적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등기소’를 검색해 들어가서 안내에 따라 등기부를 열람하자. 여러분의 재산을 보호해 줄 가장 가성비 높은 습관이 될 것이다. <문의 307-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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