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도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고, 이러한 시도는 도전이지만 새로운 조류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안산)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 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 흩이고,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가 깜짝 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제.” -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의 가사 중간 부분 -
  
   누구 없소? 이날치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할 독자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이날치+앰비큐어스 댄스컴퍼니’의 영상 음악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마이 뉴스에 올린 서부원의 글 ‘이날치가 왜 '이날치'인지 궁금하다면, 여길 가보세요’의 첫 문단을 보자. “요즘 들어 이날치 밴드의 곡 ‘범 내려온다.’를 하도 많이 들었더니, 급기야 꿈에서까지 나타난 것이다. 유튜브의 뮤직비디오를 족히 100번은 더 반복해 본 것 같다. 중독성으로 치면,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저리 가라다.”라고 적을 정도다. 이날치는 7인조 밴드 이름인데 이들과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의 한 단면만 본다면 희한한 복장과 춤 같지도 않은 춤에다 노랜 분명 국악풍인데 연주는 국악기로 안 하니 도대체 정체를 알 수도 없고 정의할 수도 없다. 그런데 영상으로 노랠 듣고 있으면 신이 절로 나고 쌓인 뭔가가 싹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독자들은 이글의 연재 주제가 음악이 아니고 관광인데 웬 인기밴드 소개인가 궁금해 할 것 같다. 우선 이 밴드의 노래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서 처음 제작한 것이다. 부산과 전주 등 여러 도시들의 관광지를 돌며 한 연주와 춤 영상으로 홍보하기도 하였다. 이 독특한 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글은 필자가 담양 관광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밴드의 이름은 조선시대 천민 출신 국창 이날치에서 따온 것으로 그의 고향 담양 방문을 권하는 글이었다. 이번 연재는 집콕을 하고 있는 그리고 무료한 독자들이 새로운 재미를 찾은 가는 일을 돕고자 한다. 앞의 연재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움직이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쓰고 있다. 요즈음 널리 쓰이는 낯선 말들을 찾아가 보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종 가요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작은 위안을 얻고 있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단어들 - ‘비대면’, ‘랜선’, ‘뉴노멀’, ‘팬데믹’ 등을 만나게 된다. 이것들처럼 하도 많이 들어서 이미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기도 하지만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도 너무나 많다.
   우선 알만한 것부터 알아보자.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고, ‘밀키트(meal kit)’는 요리만 하면 되도록 딱 맞는 식재료와 양념을 넣은 세트로 ‘쿠킹박스’나 ‘레시피박스’라고도 한다. ‘힙스터(hipster)’는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지만 유행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핫하고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반대 의미로 더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힙스터는 홍대문화와도 연계하여 쓰이기도 한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와 일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시대가 됨에 따라서 원하는 휴가지에서 놀면서 일도 할 수 새로운 근무 문화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워케이션을 위한 호텔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렇게 우리말을 줄이거나 외국어 그대로 도입해 쓰거나 또는 외국어를 합성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모두 축약해서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TV 방송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명가수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장르의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말(또는 용어)들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발달에 의한 생활변화와 MZ세대로 구분되는 신세대의 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축약된 단어, 즉 줄임말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 문자로 대화를 하면서 생겨난 것이 많아서 대화를 나누는 집단들의 사고와 생활양식, 즉 문화가 함축되어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재미있거나 모순적인 세태 반영하는 등 의미가 있을 때는 용어가 반복 사용되다가 어느 날 일반 용어처럼 된 것들이 많다. 어떤 용어들은 줄임말인줄 모를 정도로 널리 쓰이기도 한다. ‘내로남불’, ‘돌싱’, ‘맨붕’, ‘악플’ 등이 그 예다. 이렇게까지 정착된 용어가 아니더라도 오래전부터 인기 끌던 용어들, 예를 들면 ‘냉무 - 내용 무(無)의 준말’,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스포 - 스포일러(spoiler)의 줄임말’, ‘열폭 - 열등감 폭발’, ‘제곧내 - 제목이 곧 내용’, ‘차도남 - 차가운 도시의 남자’ 등은 다 알 것이다. 좀 최근 것인 ‘영끌 - 영혼을 끌어 모았다의 준말’, ‘슬세권 -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 ‘내돈내산 - 내가 돈 주고 내가 산거’, ‘사바사 - 사람바이사람(케이스바이케이스)’ 등은 조금 낯설 수도 있다. 이런 용어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야 세대 간 원만한 소통도 가능하다. 이들 용어 외에도 ‘웨비나’나 ‘ESG’와 같은 용어 등은 신문이나 방송 등에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데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독자 여러분이 이 단어들의 뜻을 꼭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앰비큐어스 댄스컴파니의 앰비큐어스(ambiguous)의 사전적 의미는 ‘애매모호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이다. 요즈음에는 이러한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도 보이고, 너무 대중적인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여서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결국 관광도 새로운 모델을 창안할 때 기존의 형식과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사회 문화와 용어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치도 현재 트렌드를 대표하는 용어라고 보면서. 이제 용어의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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