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말은 마음의 초상(肖像)이다”16세기 폴란드의 소설가 미콜라이 레이의 말이다. 말은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마음이 넉넉하면 말에 주름이 없다. 긍정적인 마음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매사에 뒤틀린 말을 하거나 거친 말을 할 때는 분명히 심사가 뒤틀려 있다. 말은 마음의 얼굴이고 글은 생각의 표현이다. 그래서 말과 글은 내면의 인격이고 행동은 마음의 거울인 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행동을 관찰하면 읽을 수 있다. 에릭 번은 사람의 얼굴 표정, 말씨, 억양, 몸짓, 손짓을 단서로 자아상태를 진단 했다. 말은 그대로 한 개인의 품격을 재는 척도이다. 유창하고, 엄포나 큰 소리보다 조금 어눌해도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말하고, 쓰고, 추론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능력을 곧 설득을 통해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 한다고 믿었다. 그는 수사법을“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여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기술”이라고 했다. 민주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지혜와 언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는 민주정으로 평의회와 민회 등의 직접민주제도를 바탕으로 정치를 했다. 시민을 설득시키는 매력을 가진 소피스트들이 호감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중의 귀에 솔깃한 수사적 접근이 필요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상황에 따라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그리고 에토스(ethos)를 구분했다. 로고스는 논리적으로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고,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품, 전문성, 지식, 경험을 기반으로 듣는 사람이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며,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고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다. 설득에는 이 세 요소가 동시에 발휘된다고 본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 다르다.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쌍방이 주고 받는 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사람은 설득의 이 세 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사람은 평생 오백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바울은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라고 했다. 언제나 사람들과 말 할 때에는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가 필요하고, 격려하고, 매력있는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람에 따라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하버드비지니스 리뷰에 게재된 “성공적인 설득을 위한 핵심”이란 글을 보면 설득을 할 때 상대의 의사소통방식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즉 의사소통을 하기 전에 상대와 친밀함을 갖기 위해 그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언어적 미러링(linguistic mirroting)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판에서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들은 판사가 데이터에 움직이는지, 감정적 호소에 움직이는지, 자신감 있는 태도를 높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모호한 여지를 남기는 주장에 더 좋은 반응을 보이는지, 개인의 정보노출에 얼마나 민감한지 등의 성향을 파악하고 판사의 스타일에 맞추는 의사소통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영국의 시인 사무엘 존슨은 “말은 사상의 옷”이라고도 했다. 톨스토이(L.N Tolstoi)는 말은 사상의 표현이다고 했다. 인간의 말은 어떤 기술보다 강력한 힘이다.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도구는 사람의 말이다. 사람의 뇌세포의 98%가 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요즘 세상은 설득하기보다는 겁을 주고 두렵게 해서 굴복시켜야 이겼다고 생각한다. 호로스(Horace)말은 한번 놓치면 다시불러들일 수 없다고 했다.
  본래 미디어(media)란 중간의, 중위의, 중위의 뜻을 가진 라틴어의 미디움(midium)에서 왔다. 가운데에 위치하기 때문에 좌우의 소통 역할을 의미한다. 주류 언론이나 종편, 유튜버들은 사실을 객관적 뉴스로 전하는 것만으로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말과 글이 더 많이 노출된다. 미디어는 소통이 목적인데 오히려 불통에 가깝다. 구독자 수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말만 한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고집한다. 다른 사람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은 노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로고스적, 파토스적, 에토스적인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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