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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인생
  • 안산신문
  • 승인 2021.02.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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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지나갔다. 시부모님께는 지난 주말에 찾아뵈었지만 추석에 이어 설에도 친척어른들께는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어른들의 외로움과 나이든 서러움을 직감하니 슬펐다. 설을 쇠면서 모두가 공평하게 한 살씩 나이를 먹었다. 아직은 중년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나도 노년세대인 60대로 진입했다. 겉모습을 아무리 치장해도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몸의 나이는 정확하게 노년을 가리킨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고령화 시대의 노인 문제는 사회의 큰 화두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격정적 욕망에서 벗어나고, 경험의 깊이를 얻은 지혜로 풍요로운 노년이라면 늙는 일도 기다려질 것이다. 해가 바뀌면 누구나 나이를 먹듯이 공평하게 늙을 것이다. 가치 있는 노년을 맞기 위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노년’의 공허함이나 외로움에 발버둥이 안쓰럽다. 노년을 잘 대비하는 일은 중년이라면 새해에 다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준비된 중년만이 가치 있는 노년을 약속해주기 때문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를 통해 ‘노년에 관하여’ 생각하는 법을 2000년 이상 후대인인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담아 전하고 있다.
 인생은 흔히 항해에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키케로는 뱃사람들이 하는 일에 빗대어 노년의 가치, 혹은 노년에 접어든 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노년에는 활동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는 셈이네. 그들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은 더러는 돛대에 오르고 더러는 배 안의 통로를 돌아다니고 또 더러는 용골에 괸 더러운 물을 퍼내는데 키잡이는 고물에 가만히 앉아 키를 잡고 있다고 해서 항해하는 데 있어 그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과도 같네. 젊은 선원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지만, 키잡이가 하는 일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네.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네. 그리고 이러한 자질들은 노년이 되면 대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다네.”
 나이가 들 수록 더 지혜롭고 자질이 늘어나는 삶, 그런 노인을 존경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내가 삶을 떠날 때 집이 아니라 여인숙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네.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은 임시로 체류할 곳이지 거주할 곳이 아니기 때문이네. 내가 이 혼잡하고 혼탁한 세상을 떠나 신과 같은 영혼들의 모임과 공동체로 출발하는 그날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날이 될 것인가!”
 죽음 앞에 추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를 가진 사람의 경지는 어떤 것일까. 외로움과 고집으로 점철된 사람은 이미 자신의 역할이 사라진 곳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하는 추한 모습을 보인다. 노년이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아! 잘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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