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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兎死狗烹)
  • 안산신문
  • 승인 2021.02.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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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 박사>

 “쓸모 없어지면 멀리 버린다(Thrown away like an old shoe)”는 사양의 속담이 있다. 중국이나 우리에게도 “토사구팽”이라는 비슷한 사자성어가 있다. 본래는 춘추전국시대에 월나라 구천의 책사였던 범려의 말이다. 이 말이 유명해진 것은 후에 일이다. 한나라를 세우는데 공신인 한신을 고조가 된 유방이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하자 한신이 이렇게 말했다.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고, 새를 잡고나면 활은 처 박히며, 적을 부수고 나면 신하는 버림을 받는다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한 저를 죽이실겁니까? (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한신은 초왕에서 강등되었지만 목숨은 부지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이나 시공간의 차이 없이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린다. 비즈니스의 전후관계가 완전히 뒤 바꾸는 경우도 허다 하다. 기술수준이 낮았던 중국은 외국투자유치를 위해 처음에는 갖은 혜택을 주었다. 한국기업들이 앞서서 진출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의 기술만 삼키고 퇴출시켰다. 이를 빗대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팽을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할 일이다. 우리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충성했던 누군가를 토사구팽 시키는 사람이나 조직을 배신자라고 몰아붙인다. 이는 단순하고 섣부른 생각이다. 조금 바꾸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처음에 발사 부스터로 사용되었던 연료 로켓은 연료가 소진되면 자동으로 분리되어 떨어진다. 그 다음에는 대기권의 열과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페어링도 분리된다. 용도가 끝나면 폐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대로 추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가 쓴 “미래쇼크”에는 친구를 떼어 내버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대인관계를 증가시키는 데는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끊을 줄 아는 능력, 단체에 가입할 뿐 아니라 탈퇴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적응력이 가장 앞선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원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옛 친구들과 부하들을 점차적으로 떼어 버리라고 권한다. 커피모임이나 회식에 불참하고 적당한 구실을 찾아내라고 충고한다. 성공한 이후에는 과거에 머무르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영속성이 사라지고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떼어내지 못하면 추진력을 잃게 되고 우주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관행들, 친분들을 떼어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드러커는 “매니지먼트”에서 혁신(innovation)전략의 첫 걸음으로 오래된 것, 진부한 것, 도태되고 있는 것들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제를 지키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제를 버림으로써 자원, 특히 인재라는 귀중한 자원을 새로운 분야에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은 사명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사명을 받고 태어나서 사명을 다하면 죽는다. 조직사회에서 누구나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 조직은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을 찾고 바꾼다.
  자기가 없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대체될 것이라는 생각은 썩 기분 내키는 일은 아니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언제나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한다. 오히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 요구된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최고경영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십수년 간을 그룹경영을 기획했었다. 내가 아니면 안되고 어려울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자만에 빠지다보면 물러나는 일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바통을 이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물러나는 모습이 지혜롭다. 자기도 살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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