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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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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데뷔를 한 김초엽 작가는 후천성 청각장애인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김원영 작가는 휠체어를 탄다.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에 둔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김초엽 작가가 ‘핑’하고 글을 열면 2장에서 김원영 작가가 ‘퐁’하고 받으면서 글은 전개된다. 장애라는 깃발을 들고 떠나지만 두 작가의 나이 차에 따른 각기 다른 경험과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시각은 매우 흥미롭다. 두 작가와 걷다 보면 자갈길을 걷기도 하고 메마르고 꽁꽁 언 땅을 걷기도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낯선 여행에 당황하기도 하고 골치가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꼭 한번은 다녀오길 권한다.
  책 제목 ‘사이보그’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김초엽 작가처럼 보청기를 끼고 있는 기계와 밀접한 사람을 비유할 수 있다. 아니면 몸의 기능 향상을 위해서 수술을 받고 사이보그에 가깝게 사는 이도 있다. 원해서든 원하지 않든 ‘사이보그’란 단어는 아직 낯설다. 딱딱하고 차가운 로봇 같은 이미지가 많이 느껴진다. 두 작가는 왜 장애인과 사이보그를 연결하고 있을까? 의족을 하고, 보청기를 하고 있으면 사이보그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인은 사이보그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첨단 과학의 기술로 사이보그로 만들고자 하는가?
  과학의 발전은 분명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두 작가는 과학이 ‘장애’에 관한 것에 정체성 물음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이 장애를 ‘없애는 상대’로 보고 적용한다면 보청기는 아주 뛰어나게 발전해도 ‘듣는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 기계로만 간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청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하는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청각장애인은 스스로를 더욱 결핍한 존재로 느낄 수 있다. 전동휠체어로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해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화장실 앞에서 있는 장애인은 자신을 낙인찍은 사회에 절망한다.
  2011년 김원영 작가는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모임에 갔다.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뇌병변 장애인이 “나는 장애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장애를 고치는 약이 나와도 먹지 않겠습니다.” 하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분명 당황스러운 말이다. 치료 약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댓가라도 치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이들은 장애를 무리하게 치료하고 극복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니. 작가는 장애를 사회적 장애물이 아니라 장애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함을 말한다. 개인을 사회의 규범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얼음 위에 맨발로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김원영 작가의 ‘틈새들’ 이야기는 흥미롭다. 우리가 기계를 사용할 때 여러 단계를 수행하면서 이음새를 경험한다. 온라인에서 증명서를 다운받기 위해 공인인증서 등 몇 가지를 설치하는 단계를 이음새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의 단계에서 이음새 없이 부드럽게 진행될 때 ‘심리스하다, 매끄럽다’라고 한다. 기계와 인간이 틈새 없이 매끄러운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덜컹거림을 수선하고 버티는 손길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버지께서 30대 후반부터 사용하시는 보청기가 매끄럽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덜컹거리는 수선과 옆에서 버티어주는 어머니가 있다. 아버지 보청기와 아버지 틈새에 어머니의 관심과 보살핌의 손길이 촘촘하게 쌓여 있다. 어머니의 손길 같은 것을 두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가 장애인이라서 장애인이 말하는 ‘장애’가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지금 나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 나의 몸과 자아, 그리고 과학 기술의 방향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 속에서도 인간 존엄성에 대해서 덜컹거림을 느끼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책을 덮고 나면 두 작가의 질문과 고민에 함께 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장애와 기술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답은 없지만, <사이보그가 되다>는 장애가 있는 작가들이 그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고민을 말하면서 기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야함을 알리고 있다. 또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장애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연결하고자 했다.

최소은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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