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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법관
  • 안산신문
  • 승인 2021.02.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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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이솝 우화 중에 ‘양치기 소년’이 있다. 양치기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자, 마을 사람들이 나타난다. 재미가 난 소년은 그 후 툭하면 늑대가 나타났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거짓말이 반복되자 마을 사람들은 나타나질 않는다. 결국, 양치기 소년의 양들은 늑대의 밥이 되고 만다. 거짓말과 정직에 대한 교훈이 담긴 우화이다.
올 연초에 대법원장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지금은 뉴스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중심에 설 수 있는 뇌관을 지니고 있다. 대법원장에 관한 뉴스를 보면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떠오른다. 대법원장은 우리나라의 삼부요인일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더욱 청렴과 정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뉴스의 발단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지난해 여당이 임 부장판사를 사법농단에 개입했다며 탄핵으로 몰아붙였다. 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었다. 그 와중에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유가 ‘국회가 탄핵을 논의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장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분명 둘 중 하나는 양치기 법관이었다. 공방이 계속되는 중에 대법원장과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녹취록을 보면 대법원장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결코 해서는 안 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한다.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라는 말이 들어있었다.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법관의 자세에 어긋나는 말이다. 녹취록 후, 그는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을 구실로 변명을 했다. 법조문을 두루두루 꿰차고 있을 그가 9개월 전 일을 기억하기 힘들다니?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2017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 그는 춘천에서 서울까지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지하철로 서초동에 도착, 서류 가방을 들고 대법원 정문을 걸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50대 후반이었으니 젊었다.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야당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지만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의 대학동문, 사법연수원 동기들마저도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내로남불식 거짓말에 사퇴를 요구하고까지 나섰다. 정치 판사라며 법조계는 충격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위증죄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가 법관을 지내면서 위증죄에 대한 판결을 많이 했을 것이다. 양심과 법에 따라서 서릿발 같은 재판을 했을까? 대법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를 보면 그것마저도 의심이 든다. 그는 “사퇴할 생각이 없다. 잘해 보겠다.”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정권 수장들이 막다른 골목에 처할 때마다 써먹었던 전형적인 방식을 그대로 학습 받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삼권분립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국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도록 삼권분립을 하고 있다. 삼권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세 기관으로 분산시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제도이다. 국가의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그 힘을 마음대로 휘둘러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국가의 힘과 역할을 나눠 서로 견제와 균형 속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당은 180석의 무지막지한 힘을 믿고 대법원장의 위증까지도 보호막 속에 넣어 감싸고 있다. 오히려 녹취한 사람을 벌주자며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다. 이참에 또 다른 판사들의 실명까지 거론, 탄핵을 추진하자며 전사들처럼 덤벼들고 있다. 삼권분립 체제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이제 국회에서 결정한 임 부장판사의 탄핵안은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갔다. 두고 볼 일이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이라는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들이 제일 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게 이 나라 국민들이다. 교사 시절, 사회시간에 삼권분립을 힘주어 가르친 기억마저 부끄러운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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