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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꽃밭
  • 안산신문
  • 승인 2021.02.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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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농사철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일손은 정월 대보름을 경계로 완전히 달라진다. 긴 겨울을 보내다가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사일 준비로 바빠진다. 모레가 정월 대보름이니 아침마다 산책하는 본오뜰에도 발 빠른 농부들의 손길이 여기저기 보인다. 논이나 밭에 거름을 내고 텃밭에는 월동채소가 파릇하게 싹을 쏘옥 내밀고 있다. 바람은 차가워도 이미 봄은 충분히 가까이 와 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고, 나도 농사를 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대로 뭐하나 제대로 알거나 키운 적은 없다. 시부모님도 농사를 짓지만 부모님이 보내 주시는 곡식이나 채소를 갖다 먹기만 했지 농사일을 거든 적도 없다. 주말농장도 해 본 적 없고, 해 볼 생각도 못했다. 그랬던 것이 한대역 앞 상록수 황토 길을 산책하면서 주말농장을 보게 되었고 가까운 곳에 있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나란히 있는 주말농장이 예쁘고 채소가 탐스럽게 느껴졌다. 또 자투리땅에는 꽃을 심어 놓아서 산책하는 재미가 느껴졌다.
 
 “안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신청했다. 발표는 3월 중순에 하고, 직접 농사는 4월 초순에나 가능하다. 당첨을 손꼽아 기다리며 당첨이 되면 무슨 농사를 지을까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내가 주말농장을 신청했다고 하니까 심어서 키워서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며 만류를 했다. 막상 지으라고 땅을 준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말농장에 당첨되면 실패할지라도 도전을 해 보고 싶다. 여러 가지 채소를 골고루 심어서 먹는 꿈도 꾸지만, 도심에 나만의 꽃밭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봄에는 유채밭, 여름에는 목화밭, 가을에는 메밀밭. 생각만 해도 벅차고 행복하다.
 벌써 봄의 전령사인 유채를 심으려고 인터넷으로 재배법을 알아보았다. 유채는 2월 말에 씨를 뿌려서 5월에 꽃을 볼 수 있다는데, 주말농장의 발표가 3월 중순에 나서 4월 초부터 농사가 가능하니 당첨되더라도 유채는 경작이 어려울지 모른다. 당첨만 되면 늦더라도 미리 싹을 틔워서 모종을 심어볼까 한다. 유채는 싹이 나면 여린 순을 나물로 먹으면 된다. 게을러서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저절로 자라서 풀밭이 되다가 꽃이 피지 않을까? 노란 유채꽃이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제주도 유채꽃 밭에서 찍은 사진이 아닌 우리 꽃밭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할테다.
 목화는 싹 틔우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미리 모종을 부탁해 두었다. 도심에서 목화 꽃을 심을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 지인은 몇 년 전부터 목화씨를 발아하고 자신의 농장에 심어서 해마다 목화를 딴다고 했다. 그래서 1년에 방석 한 개 정도는 솜을 만든다고 했다. 목화는 꽃도 예쁘지만 가을에 하얀 솜을 매달고 있으면 그것 또한 예쁘다.
 유채와 목화가 성공하면 메밀을 심을 땅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주말 농장이 성공할 수 있을까. 더운 여름 가뭄을 잘 견디고 맛있는 채소를 따고 예쁜 꽃을 피우기까지 실패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농부가 1년의 농사를 준비하는 것을 계획할 수 있지만 나의 텃밭은 아직 미지수다. 기다리고 상상하며 행복한 꿈을 꾸는 지금이 나의 절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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