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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 수집기 <2>사상서로 수집을 시작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3.0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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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바랜 책이나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웅대한 꿈을 꾸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 책이다.

   “수집이란 심리적으로는 흥미요, 생리적으로는 성벽이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있는 까닭에, 수집은 우리 인간을 무언가에 쉽게 몰두하게 한다. 이것을 본능의 하나로 귀속시켜도 좋으리라. 수집이 본능의 하나임을 자각하고 나면 마음은 분망해진다.” - ‘야나기 무네요시’가 짓고, ‘이목’이 옮긴 책 ‘수집이야기’ 중에서 -

   사상서로 수집을 시작하다

   수집의 다른 면은 버리지 않기다. 잘 버리는 사람은 절대로 수집을 할 수 없다. 물론 집이나 사무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온갖 것을 수집하는 것인가 되물을 수 있다. 그렇지는 않다. 수집은 한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를 집중해서 모은다. 그것인 무엇이든 상관없다. 예전엔 단연 ‘우표’ 였다. 그림도 잘 알려진 수집의 대상이다. 오래된 영화선전 포스터, 유명인들이 쓰던 장신구, 가방이나 에코백, 책의 초판본, 시집, 머그잔, 테디베어 인형 등인데 다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주용 자동차만을 모으는 부자도 있고, 만날 때마다 여행을 가면 저울을 보면 사 달라고 부탁하는 후배도 있다. 무엇이든 오랫동안 모으면 수집한 대상에 대해 전문가가 되고, 박물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축음기 박물관, 민화 박물관, 돼지 박물관 등이 좋은 예다. 이들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유명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은 다 병적인 수집가들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수집가와 박물관은 서로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또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유사한 종류의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공간이나 방을 보면 박물관 같다거나 그 주인을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고도 한다. 이 말은 ‘방 좀 치워라’라는 정겹게 하는 딴 말이긴 하지만 수집가들이 늘 듣는 소리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수집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의미를 사전을 담지 못한다. 사전에서는 수집(蒐集)을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이라고 되어있으니 일반인에게는 수집은 소소한 취미이거나 연구 목적이다. 잘 요약되었지만, 너무나 열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수집벽’이나 ‘수집광’으로나 표현할 정도는 되어야 수집가가 된다. 둘 다 부정적이고 병적으로 모으는 버릇이라고 정의하지만, 병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 책 ‘수집이야기’에서는 수집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라고 하며 가치 있는 수집만을 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그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다. 이우정의 책 ‘수집광 시대’에서 저자의 소개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간혹 광기를 부른다. 미쳐야 미친다. 삶의 레이스에서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광기는 아름답다. 이제 그것을 열정이라 부른다. 그들은 저마다 작은 성을 만들었고 성주가 되었다. 적어도 20~30년 이상 쏟은 집념의 산물, 사랑의 보물이 모여 박물관이 되었다.” 딱 맞는 말이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은 미쳐야 다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앞의 문장에 ‘무엇이든’을 넣어도 될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현재에는 맞을지도 모른다. 요즈음에는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 이들이 많아서다. 남은주 기자는 자신의 글 취미에서 ‘광’으로… 못 말리는 ‘수집벽’에서 ‘우리 시대의 신종 수집가들은 단돈 몇 푼이면 살 수 있는 싸구려 상품들을 모은다. 예술의 눈으로 보면 키치에 가깝다.’라고 썼다. 글쓴이는 박영택의 책 ‘수집미학’을 인용하여 수집을 그 쾌락을 물신주의라고, 공허한 소유욕이라고, 무엇이라 불러도 좋다. 다만 이 순간만은 온전히 수집가의 것이다. “내 감각, 기호, 취향, 이런 것을 만족시키는 물건들을 찾아내 그런 것을 삶의 근거리, 내 손이 닿는 곳에 놓았을 때 즐겁다. 그게 문화고 예술”이라고 정리하였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수집이 위안이자 하나의 문화이고 하기에 따라 예술로까지 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인들이 도저히 짐작할 수도 없는 이러한 수집가들의 행동이나 욕구는 하나의 자기애이고 ‘카타르시스(catharsis)’ 적인 현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당시 책들이 다 그랬지만 내용의 문단은 세로이면서 2단으로 되어있고, 동물기가 독특한 것은 아마 원본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삽화도 사용했다는 점이다.

    대략 50여 년 전 작원 책장을 처음 사 조립하고 벽에 기대 세워보니 채울 책이 없었다. 그나마 집에 있는 책을 모아 보니 아버지 몰래 가끔 읽었던 책들 가운데 전집인 ‘박우사(博友社)’의 ‘인물한국사’와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의 ‘세계사상교양전집’이 책장의 중심이 되었다. 여러 권이기도 하지만 묵직하고 수준이 높아 보이는 제명이어서는 누가 보아도 “책 좀 읽네”라고 봐 줄 것 같아서 좋았다. 물론 아무도 그런 말을 필자에게 한 사람은 없었다. 다른 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책 수집의 계기가 된 책들이고 이후에 이십 차례 가까이 이사를 하면서도 언제나 필자 책장의 일부를 장식하였다. 앞의 전집 인물사는 전체 다섯 권을 다 열심히 읽었다. 이 글을 쓰면서 보니 1권은 ‘고대 창업의 거상(古代 創業의 巨像)’인데 1965년 발행된 것이고, 정가는 550원이었다. 책에 등장한 여러 인물을 알게 되면서 ‘한국인’이란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후 관련된 책들을 하나둘 수집하였다. 뒤 전집은 전체 39권으로 되어있다. 집에 두세 권이 있었는데 어떤 책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체를 다 모아보려고 하였다. 당시에는 청계천 헌책방을 찾아다녔으며 분명한 것은 20권 이상을 낱권으로 찾아 사들였다. 대부분 지금도 가지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책 창고에 있고 목록을 다 확인하기 어렵다. 여섯 권은 필자의 안산 사무실 책장에 맨 윗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39권에는 ‘장자’, ‘법의 정신’, ‘인구론’, ‘순수이상비판’, ‘종의 기원’, ‘황금의 가지’, ‘지봉유설’ 등이 있었다. 꽤 인기가 있었던 책임이 분명한 것은 필자가 가장 나중에 구한 책은 13판으로 1976년에 발행된 것이었다. 초판은 1965년에 발행되었으니 1960∽70년대 최고의 사상서들이자 인기 도서였음이 틀림없다. 이 전집은 지금도 수집가들이 있고 읽는 이들이 있다.
   필자는 사상전집 중에서 ‘어니스트 시이튼(Ernest Seton *이 전집에서는 저자를 시이튼으로 적었으나 최근 서적에서는 시튼으로 쓰고 있음)’의 ‘동물기(動物記)’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삼국유사’와 ‘꿈의 해석’ 등도 읽었지만, 그 밖의 대다수 책은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동물기는 이후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서로 출판되었다. 그러니 세대를 이어가는 책 중에 하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내가 아는 야생동물(Wild Animals I Have Known, 1898)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 발표된 많은 글을 통틀어서 ‘시튼 동물기’라고 부른다. 참고로 이 제목은 일본에서 지어져 우리나라로 수입된 것이기에, 서구권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제목을 모른다.”라 해설하고 있다. 처음 산 동물기는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는데 되돌려 받지 못했다. 그래서 또 한 번 샀으니 두 번을 산 여러 책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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