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결국,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장관직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대통령도 그의 사의를 수용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찜찜하기 그지없다. 사퇴는 하되 ‘2·4 대책’까진 마무리하라는 조건부 수용이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없던 걸로 하겠다는 속셈일까? 조국 때처럼 마음의 빚을 또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앞으로 다가온 4월 보궐선거가 아니었으면, 과연 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였을까? 물음표투성이이다.
변 장관은 “현 정권이 주택 정책을 제일 잘한다.”라는 기상천외한 말을 한 사람이다. 현 정권은 “부동산 투기야말로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라며 기세등등하게 호언장담한 정권이었다. 그런 정권이 4년 동안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25번이나 뻥뻥 헛발질을 해왔다. 그 당시 장관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 뒤를 이은 장관이 변창흠이다.
변 장관은 임명 전부터 시건방진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이었다.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그는 기상천외한 말을 쏟아냈다. 사망자는 당시 19세의 청년이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사망한 걔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주택공사의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에 공유 식당이 필요치 않다며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라고 했던 사람이다. 점입가경 신내림을 받은 사람 같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활화산처럼 터졌다. 화산재가 날고 용암이 흘러내리고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변 장관은 투기 의혹에 싸인 직원들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또 공분을 샀다. “신도시 개발 정보를 얻어서 보상받기 위해 토지를 구입한 것은 아니다.”라는 신내림을 받은 말을 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을 만들어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되었다.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수사의 골든타임은 날아가 버렸다. 그 와중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직원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도 터졌다. 국회의원 가족의 투기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이래저래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말았다. 보궐선거는 가까워지고 정신이 혼미해진 탓이었을까? 아예 무능해서일까? 경찰은 땅 투기 폭로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압수 수색에 나섰다. 증거 인멸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이 수사는 망했다.”라는 소리까지 나왔을까. 애초에 수사를 검찰과 감사원에 맡겼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할 꿍꿍이속이라도 있는 것이었을까?
정 총리는 정부합동조사단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기 신도시에 투기했다는 의심자 7명을 추가 확인했다는 게 전부였다. 과연 국민이 그 발표를 믿을까? 게다가 청와대는 비서관급 포함 그 가족들에 대한 토지거래 내역 조사 결과 깨끗하다고 밝혔다. 깨끗하고 청렴한 정권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런 청렴한 공직자들이 있어야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이걸 누가 믿으랴? 오히려 의혹만 더 부채질하고 말았다. 대통령 사저 의혹까지 불거지는 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파트값 폭등에 대해 “전 정부 때 누적된 부동산 부양 정책 때문.”이라고 또 책임 전가를 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은 수사권 있을 때 뭐 했느냐?”라고 되물었다. 우습기 그지없다. 현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무슨 변고로 우리나라는 법무부 장관이 되면, 국민에게 염장 지르는 말만 골라서 할까? 법무부 장관이 되면 줄줄이 그렇게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것일까? 현 정권은 이제 집권 4년을 지나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다. 정권 말기에도 여전히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에 국민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현재에 충실해야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는 법이다. 툭하면 전 정권 탓으로 여론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졸렬한 짓이다. 이번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변할 수 있다. 케치프레이즈인 ‘든든한 국민 생활 파트너 LH’가 신내림 토지주택공사로 신기루처럼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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