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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 (南風)
  • 안산신문
  • 승인 2021.03.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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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남촌서 남풍(南風)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그리운 생각에 재를 오르니/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끊었다 이어 오는 가는 노래는/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

 벌써 3월 하순. 남녘의 봄소식은 코끝을 간질인다. 매화는 남쪽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만개했고, 진달래 벚꽃 등이 통통한 봉우리를 부풀어 올리고 있다. 올해는 꽃소식이 빨리 오고 있다. 그래도 조급한 우리는 그 봄바람을 맞으러 남으로 달려갔다. 땅끝 마을에서 바다를 향해 날아오는 봄바람의 물결을 보며 출렁였다. 푸른 청보리밭, 노란 유채꽃 앞에서 영화처럼 포즈도 잡아 보고 붉은 동백꽃 아래서 붉게 물들였다. 여행에는 같이 간 사람과의 합이 중요하다. 여행은 우연의 연속이라 계획과는 차질을 빚는 일이 잦다. 당혹스러운 변수에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여행은 그대로 휠링이 된다. 혼자하는 여행도 사색하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함께하면 더 많이 위로받고 행복해진다.

 이렇게 3월의 땅과 하늘에는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한데,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것도 칼바람이. 언어의 난도질에 내뱉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깊게 베었다. 남의 평가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나의 평가가 비겁하고 몰염치한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것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나도 함부로 남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지 않았나 반성해 보았다. 내가 정의라고 생각한 일들과 말들이 당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시인 김동환이 그리는 <산 너머 남촌에는> 그 시대에 우리 민족이 바라는 독립과 희망에 대한 염원과 의지가 가득하다. 암울한 시대에 작가는 이상향의 건설에 대한 의지로 열심히 재를 오른다. 그러나 해방 후 우리나라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해하고 협력하여 이상향을 건설하기 보다는 좌.우 편 가르기에 휩쓸려 결국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70년 이상을 분단 상태로 이어져 왔다.
 지도상의 산 너머 남촌은 돌고 가다 보면 결국은 제자리다. 이상향의 건설은 내가 선 이곳에서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남풍은 부드럽고 따스한 교류를 뜻한다. 남풍이 따뜻한 기운이 만물을 소생시키고 꽃 피우듯 나도 따뜻한 말을 피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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