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우리 사회는 불신, 불평등, 불공정이 최대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 이어 삼불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급기야 매몰되었던 과거를 불러내기도 한다. 기억하기 조차 싫은 아픔과 상처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삼불팬데믹에 기름을 끼얹는다. 치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적 갈등을 풀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상처에 소금을 친다. 불신과 불평등, 불공정의 늪은 점점 깊어진다. 삼불 바이러스를 막을 백신이 필요하고 아픔을 치유할 치료제가 필요하다. 삼불은 일체이다. 서로 다른 요소같지만 떼어넣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성을 갖고 있다. 불신은 사회적 불공정으로 인한 불평등이 누적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현상들을 연구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크게 두 개의 이론이 있다. 기능이론과 갈등이론이다. 기능이론은 꽁뜨와 스펜서, 뒤르켐을 뒤를 이어 파슨즈(Talcott Parsons), 머튼(Robert K. Merton) 등의 학자들에 의해 논의 되어 왔다. 이들은 사회의 여러 부분들 즉 가족, 종교, 군대, 기업, 정부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 관련되어 있어서 사회질서는 공유된 가치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갈등이론은 칼 맑스의 계급갈등이 사회변동의 원동력이라는이론을 바탕으로 코저(Lewis Coser), 다렌 돌프(Ralph Dahrendorf), 콜린즈(Randall Collins), 하버마스(Jurgen Habermas)에 의해 발전했다. 이들은 사회질서는 권력에 의해서 유지되고 가치나 이념은 이해관심의 반영 또는 이익 추구의 수단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 명예와 권력 등은 희소하기 때문에 이들을 획득 또는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갈등이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갈등과 경쟁이 생산기술의 발전 등 사회적 변동을 가져온다고 보았다. 한편, 코저는 사회적 집단 간의 갈등은 집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집단 내의 갈등은 집단 구성원의 규범을 강화시켜 집단을 유지하고 결속력과 안정성을 증대시켜준다고 주장했다.      
  사회학 이론에 비추어 보면 오늘 우리의 사회적 현상들은 사회질서의 공유된 가치가 분명하지 않다는데 있다. 그리고 사회질서을 유지해야 하는 권력의 순기능에 불신을 갖는 것이다. 갈등과 경쟁이 긍정적인 생산기술의 발전보다는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 사회가 되었다. 삼불이 팽배하면 화해와 용서가 안된다. 혐오와 분노를 키운다. 오늘 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의 요인도 여기에서 찾는다. 2020년 복지부의 저출산 대책 세미나에서 박경숙 서울대 교수는 “발전과 근대 가족 이념이 근대화 과정에서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생명이 발전, 힘, 생산, 성공을 중심으로 선택되고 불평등해졌다”며 “저출산은 이런 체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공정, 불신, 혐오를 촉발하는 불평등 기제를 개선하고 개인의 잠재력이 사장되지 않는 교육·노동·복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저출산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삼불바이러스 백신은 사회적 약속이고 룰인 법을 지키는 신뢰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사회를 믿을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해찬 민주당 전대표가 방송에서“윗물이 맑아지고 있는데 바닥에 가면 낡은 관행이 남아 있다”고 했다. 바닥은 휘젓지 않으면 구정물이 일어나지 않는다. 구정물이 들어오면 바닥도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정치, 종교, 교육, 문화 등의 사회적 리더들이 사소한 약속이라도 엄중하게 지킨다면 물 흐름 효과(낙수효과)에 의해 사회전체를 신뢰 사회로 바꿀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정의와 공정성, 평등을 위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삼불의 백신은 신뢰 문화를 만드는 것이지만 치료는 두 가지다. 수술과 치료제이다. 과감한 수술이 필요한 부분은 도려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어설프게 하면 상처를 키울뿐이다. 치료제는 하나됨이다. 모두가 사회적 가치(헌법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하나됨은 역설적으로 서로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하는 데 있다. 권력은 몸의 각 지체로서 모든 국민과 사회적 집단들이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골고루 살피고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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