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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통
  • 안산신문
  • 승인 2021.04.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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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비행기를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을 할 무렵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다녀와도 소용이 없었다. 어기적거리면서 탑승을 했으나 창자가 뒤틀리는 듯해서 바로 앉을 수가 없어 구부리고 있으니 승무원이 약을 주고 걱정을 했다. 통증은 멈추지 않고 비행기는 이륙해야 하는데 계속 갈 것인가 내릴 것인가를 결정하라고 했다. 순간 눈물이 났다. 얼마나 기다린 여행인가. 그런데 출발도 못해보고 멈출 수는 없었다. 비행 중에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이 가셨다. 괜찮다는 말에 일행도 모두 안심을 했다.
  어렵게 도착한 둔황의 유적은 더 새롭고 신비한 매력을 느끼며 빠져들었다. 사막의 기후와 모래바람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출발한 여행이어서 악천후에도 별 탈 없이 재미있는 여행을 했다. 여행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던지고 새로운 자신과 만나는 즐거움이다. 여행이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쉼의 시간이 되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다.
 여행을 떠날 때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무서워서 여행을 멈추지는 못한다. 독도를 갈 때는 나라사랑에 대한 의지와 경건함이 넘쳤다. 그러나 독도에서 울릉도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지독한 뱃멀미를 하는 고통을 경험했다. 배에 탄 많은 사람들이 멀미를 했지만 유독 내가 제일 심했다. 배에서 내릴 때는 민망함 보다 온 몸이 늘어져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다시는 단체여행은 다니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음 여행에 또 따라 나서서 멀미를 하기도 한다.
 여행지의 매력은 낯선 곳의 정취와 문화, 음식 등 다양하다. 사막의 밤은 낮의 열기와 달리 빠르게 식는다. 밤이 깊어지면 하늘에는 천상의 무도회가 펼쳐진다. 모래 사막에 누워 바라보면 우주로 광대하게 펼쳐진 별빛은 환상 그 자체다.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훈련, 눈빛을 밝게 가지려는 성실함, 온갖 주제넘은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노력이 내게 다시 한 번 도움을 주면서 은연중에 나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해 준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괴테는 1786년 9월 3일. 37번째 생일날 새벽 3시에 지금의 체코의 칼스바트를 출발한다. 괴테의 유일한 소망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나라를 한 번 둘러보는 것이다라면서 1년 8개월간 꿈에 그리던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괴테는 “아무 준비도 없이 혼자서 이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를 실감한다. 화폐도 서로 다르고 마차와 물가, 형편없는 여관 따위는 하루도 빠짐없이 겪게 되는 애로사항이다.”라면서도 1년 8개월을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그날의 여정과 방문지, 소감을 일기체로 써나갔으며, 독일에 있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편지도 썼다.
 여행의 목적은 괴테의 말처럼 “나 자신을 기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대상들에 비추어 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200년 전의 괴테의 여행기에서 여행에 대한 자세와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성장을 한다. 여행에서 만났던 많은 인연들과 경험은 축복과 감사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사는 물론 여행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제 역병과의 긴 싸움도 백신을 통해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이 주는 달콤한 행복을 생각하며 여행통을 겪더라도 주저 없이 떠날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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