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두 의자의 사이를 벌려 놓고 두 의자에 동시에 앉으려고 하면 바닥에 떨어진다. 평생을 보고 하나의 의자만 택하라. 그리고 그것은 네가 걱정할 문제다”세계 3대 테너로 유명한 루치아노 파파로티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그가 음악과 교육사이에서 진로를 고만할 때 아버지가 들려준 말이다. 우리 삶의 여정은 선택의 과정이다. 인식하고, 선택하고 판단해서(지각) 행동한다. 올바르게 보고 충분하게 이해하고 깨닫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수 많은 대안들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선택은 의사결정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이를 의사결정의 기술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Sartre)는‘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라고 했다. 의사결정은 일상적이면서 필연적이다. 그렇다. 태어나면서 시작된 선택의 결단들이 모아져서 인생각본을 만들고 가치관과 삶의 형태가 생성된다. 누구나 순간의 결단이 일생을 결정했음을 경험한다.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에 꿈꾸던 미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멀리와 버린 나를 발견했을 때에는 거의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비용을 지불하든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권력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은 ‘인간의 본성’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야를 넓힐 때 옳은 의사결정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숲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 직관마저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깊은 사람이 내린 의사결정이 올바른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이란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의사결정의 과정으로부터 기인한다. 그것은 목적의 결정과 수단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을 목적론적 존재라고 했다. 창조된 인간은 목적이 있다. 크게는 삶의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 목적이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실제적인 활동인 수단으로서의 목적이 있다.
예술활동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는 등의 모든 활동은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면서 최초로 인공지능을 창시한 사이몬(Herbert A. Simon)은 의사결정의 과정은 목적이 정해졌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일은 행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이먼은 목적의 결정을 가치적 요소, 수단의 결정을 사실적 요소로 불렀다.
목적 결정이 가치적 요소라고 하는 것은 목적 자체의 결정은 개인의 가치관에 의한 것이고 그 결정의 좋고 나쁨은 객관적,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자가 행하는 경영이념이나 방침, 전략적 결정은 이 가치적 요소에 관련된 것이다. 사이먼은 인간의 의사결정애 관한 한정된 합리성의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경영자가 완전하게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경영자가 실제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설명하는 관리적 모델을 개발했다.
두 가지 의사결정 기준으로 제한된 합리성과 만족화 기준이다. 제한된 합리성이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자의 능력이 시간과 돈, 또는 기억력 등의 한계 때문에 방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인식능력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경영자가 항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자기만족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전시장에 의해 결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75%를 재검토해서 중단하거나 수정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오시장뿐만아니라 문재인대통령도 취임후 전정권의 결정사항들을 거의 뒤집었다. 국민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지도자는 역량도 좋지만 의사결정을 하기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민심을 반영한 결정을 해야 한다. 자기의 가치관과 자기만족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에 우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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