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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오리라
  • 안산신문
  • 승인 2021.04.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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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프라이팬은 적당히 열이 올랐다. 기름을 두르고 흰색 계란 물을 부었다. 찌지~직 소리를 내는 계란이 골고루 펴지도록 프라이팬을 돌려주었다. 불을 낮추고 가장자리에 쇠고기를 얹고는 젓가락으로 말아가며 계란을 익혔다. 노른자로 만든 계란말이 속은 게맛살과 치즈를 넣어 색깔을 맞췄다. 계란말이를 반듯하게 썰어 도시락에 담고 찌그러지고 부서진 것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다.
  계란말이를 끝내고 캘리포니아 롤을 만들었다. 랩을 김발위에 펴고 랩위에 밥을 골고루 펴고 계란지단을 그 위에 펼쳤다. 그리고 당근 김치 쇠고기를 얹어 꼭꼭 말았다. 내가 만든 김밥이나 캘리포니아 롤은 색깔이 선명하였다. 누드김밥도 색깔별로 줄을 맞춰 주황색 날치알, 초록색, 노란색 참깨, 검정깨까지 골고루 만들어 도시락에 색깔별로 나란히 담았다.
 새우와 오징어, 연두부 튀김도 만들었다. 오징어는 배를 가르지 않고 통째로 동그랗게 잘랐다. 오징어도 제일 작은 오징어를 구해 직접 손질했다. 새우도 머리만 다듬고 꼬리는 그대로 튀겼다. 부드러운 연두부 튀김은 손이 많이 갔다. 물기를 빼고 녹말을 묻혀서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게 모양을 잘 잡아야 했다. 어제 만들어 둔 떡과 과일도 포장했다. 예쁘지 않은 것은 다 버리고 잘 된 것만 색과 모양을 맞춰  담고 시계를 쳐다본다.

  “이모가 널 많이 기다리더라. 잘 드시지도 못하는데 맛있는 거라도 좀 만들어 가서 한 번 뵈어라.”
 사촌오빠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예감은 안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병문안이 안 된다고 하여 이모가 입원한지 1년이 지나도 이모를 못 봤다. 우연히 TV드라마를 보다가 살인범이 된 이모와 그를 구하려고 돈을 구하러 다니는 조카의 장면을 보다가 우리 이모생각이 났다.
 공룡처럼 거대한 병원 건물로 들어갔다. 1층 입구에서 열 소독기를 통과하고 체온을 체크했다. 우왕좌왕하는 것 같아 보이는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갈 길로 질서 있게 움직였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절차를 밟고 병문안을 해야 하는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사촌오빠가 내려왔다.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이모의 간병을 도맡아하고 있었다. 사촌오빠에게 도시락을 하나 전해주고, 오빠의 보호자카드를 들고 병실로 올라갔다.
 우리는 서로 마스크를 하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다. 염색을 하지 않아 백발이 된 이모는 병실에서 당신이 쓴 노트를 내게 내밀었다. 침상에 달린 작은 TV를 보거나 휴대폰을 보는 일이 전부였다. 위독해진 지금에야 한 명의 보호자가 상주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방문객 한 명 없는 감방생활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칠순이 지난 이모는 병실에서 외로움을 글쓰기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침침한 눈으로 암의 고통이 밀려와도 그 아픔을 글로 표현했다.

세상에 태어남에 감사하고 / 말할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 오늘도 살아있어 감사한 나날 / 아픔도 내 것, 괴로움도 내 것이다 / 이 모든 것을 가진 나는 행복하다
  서툴지만 이렇게 진솔하게 600여 편 이상 병상시를 쓴 이모의 열정에 감탄하였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TV에서만 봐 왔는데 사랑하는 이모님이 그런 분이었다니 새삼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모의 글들이 아름다운 시집으로 나와서 근사하게 출판기념회를 하는 날까지 이모도 건강하고, 코로나 19도 사라지길 두 손 모아 기원한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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