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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안산신문
  • 승인 2021.04.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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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태성, 다산초당

  “우리의 일상을 기록한다면 그것도 역사이다.”
  이야기로서의 역사는 재미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고 요즘에는 예능에서도 심심찮게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금처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높을 때가 또 있을까 싶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역사는 여전히 외울 거 많고 쉽지만은 않은 과목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역사가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계의 큰 별 선생으로 통하는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고 외워야 하는 과목이라고 치부하는 학생들에게 쓸모 있는 공부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머리에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부제로 만나는 핵심 문구는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다. 자유롭고 떳떳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막연해 보이는 이 문구는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제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의 첫 이야기는 삼국유사의 일연 스님이다. 고려의 최고 문벌 귀족인 김부식은 유학자로 삼국사기를 쓸 당시 불교에 관련된 신비로운 것들은 쓸모없는 이야기라 치부하여 기록하지 않았다. 일연 스님은 그렇게 버려진 이야기들을 모아 삼국유사를 썼고 이로 인해 이야기로서의 우리의 역사는 더욱 풍부해졌다. 이 밖에도 전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쓴 독립운동가 이회영, 혁신적인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갑신정변의 주역들, 농민이 잘사는 나라를 꿈꾸었던 동학 농민운동 등 그 당시는 참 쓸데없는 일이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손가락질받던 일이 지금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가? 지금은 역사가들은 그들의 일이 발판이 되어 세상이 변했고 발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연 역사에서 쓸모없는 일이 있을까? 우리 또한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역사를 관통하며 살아가고 있고 개개인의 역사도 국가의 역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의 키워드는 혁신, 공감, 오만, 소통, 성찰, 협상이다. 이 단어들을 통해 우리 역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또 위기에 빠졌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삼국통일을 고구려가 해야 했다고, 그래야 그 넓은 영토를 지킬 수 있었다고 쉽게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당시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선덕여왕의 ‘혁신’에 있다. 삼국통일의 두 주역인 김유신과 김춘추의 인재 등용은 그 당시 골품제 사회에선 혁신적이었다. 김춘추는 폐족의 가문이었고 김유신은 가야 출신으로 비주류였다.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 뜻을 펼칠 수 없었던 두 주역이 선덕여왕이라는 훌륭한 군주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 되었다. 지금도 학교에서, 기업에서, 공직사회 등 여러 군데에서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은 항상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히고 결국은 일부의 혁신이나 아니면 흐지부지되기에 십상이다. 선덕여왕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그것이 혁신이고 결국은 삼국통일이라는 대업까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제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역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 정도전, 김육, 장보고, 이회영 등 그들의 삶에서 멘토를 찾으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은 아니지만, 일평생 대동법 시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김육의 삶이 인상적이다. 그의 삶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나에게는 삶을 던져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그리고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꿔야 한다. 라는 명제에 깊이 공감 한다. 어른들이 쉽게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고 꿈에 대해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그러한 중압감은 학생들의 꿈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판사의 신분을 버리고 쌀가게를 열어 연락처이자 자금 출처의 공간을 대준 독립운동가 박상진의 삶에서 우리는 왜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꾸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정해진 직업 미래가 보장된 삶이 아니라 꿈꾸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삶을 보면서 동사로 꿈을 꾸는 우리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제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에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불안한 우리에게 해답과도 같은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조선시대 이원익은 뛰어난 실력과 인격을 갖춘 분으로 영의정을 다섯 번이나 지냈지만, 오두막에서 일반 백성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성품이 대쪽 같아서 어떤 이익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른 정치에만 힘을 쏟은 그의 삶은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바른 사람들도 정치만 하면 거짓말쟁이가 되고 욕심이 생기고 하는데 이원익처럼 누구에게도 뇌물을 받지 않고 정치를 하면 떳떳하게 자기 말을 하고 정치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역사 속 미투운동으로 언급한 나혜석, 그녀에 대한 그 시대의 평가는 잔인했지만, 지금의 역사에선 그녀의 외침은 진리로 다가온다. 그녀의 소설 경희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쓴 마지막 문장은 선생님이 역사를 배우는 모는 이들에게 외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심심한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이나 특히 역사를 배우고 있는 중고생이 읽으면 외워야 하는 과목에서 의미 있는 과목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래서 역사를 배우는 것이구나! 하고.

전인숙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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