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한대앞역 큰길가 꽃집들이 제철을 맞았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향기가 오묘하다. 꽃집마다 붐비는 손님들, 얼굴마다 미소가 꽃처럼 번진다. 꽃집도 손님들도 모두 봄이다. 공기 정화 식물이 인기라고 한다. 그 작은 식물이 혼탁한 공기를 정화 시킨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벌과 나비들도 꽃집이 나들목인 양 바쁘게 날아다닌다. 지난주는 그야말로 바쁜 한 주였다. 4·19혁명 기념일, 장애인의 날, 과학의 날, 새마을의 날, 정보통신의 날, 책의 날 등 참으로 기념일이 많았다. 그중 4월 22일은 3개의 기념일이 겹쳐 있는 날이었다. ‘지구의 날’도 들어있어 지구를 돌아보게 하는 날이었다.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 의미가 겹치는 면도 있지만, 지구의 날은 순수한 민간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상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다. 1972년에는 세계 113개국 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지구는 하나’라는 주제로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였다. 지구의 날이 세계적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정착된 것은 1990년에 이르면서부터이다. 지구의 날 행사에 세계 150여 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도 ‘이 땅을, 이 하늘을,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2009년부터는 지구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 동안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 실천 운동을 확산시켰다. 지구의 날 10분 소등 행사, 대중교통 이용, 가까운 거리 걷기,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의 생활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등을 실천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유명무실해지는 느낌이다. 각종 오염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지구를 생각한다면, 코로나19의 ‘생활 속 거리 두기’처럼 지구 정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핵전쟁, 소행성과의 충돌,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에 대재앙이 닥칠 것을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이런 이유로 비상시에 식량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지구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는 종자 은행이 만들어졌다. 이 종자 은행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섬에 있다. 현재 400만 종 이상의 식물 종자가 보관되어 있고, 2008년 우리나라에서 보낸 벼, 보리, 콩, 기장, 옥수수 종자 등 5,000여 점도 이 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아예 달나라에 종자 은행을 건설하자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기후 온난화와 아울러 쓰레기도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다. 세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일본은 지난 13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결정,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방류가 되면, 지구는 또 얼마나 앓아누워야 할지 걱정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바다 인접국이어서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면, 지구는 아름다운 별이다. 산과 들이 아름다운 수채화로 보이는 계절이다. 화사한 꽃만 아니라 작은 풀꽃들도 지구의 한 귀퉁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하물며 우리야말로 지구를 아름답게 장식해야 하는 주인공이 아닌가? 그런 아름다운 별이 병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병이 든 지구, 끙끙 앓고 있다. 우리가 아프게 만든 지구, 그 지구를 살리는 것도 우리이다. 기후 온난화 막기, 자원 소비 줄이기, 일회용 포장재와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 등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지구를 앓아눕게 만든 것이다. 치료방법은 우리밖에 없다. 우리의 작은 실천만이 아픈 지구를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다. 지구, 이 아름다운 별을 후손들에게 아픔 없이 만들어 물려 주어야 한다. 우리가 공기 정화 식물 역할을 해야 한다.
보도블록 사이로 고개 내민 민들레꽃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지구의 날이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