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물리학자들은 빅뱅을 특이점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알려진 모든 자연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이다.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새로운 특이점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세계에 의미를 부여했던 모든 개념들이 완전히 무관해지는 지점이다. 실제로 특이점은 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지점,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으로 북극점과 남극점같은 경우이다. 지구의 모든 위치에서는 동서남북이 있지만 북극점, 남극점에서 방향은 모두 남쪽이나 북쪽 한 방향이다. 특이점은 그 지점을 넘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히브리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언급한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기점을 의미한다. 2005년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쓰면서 2045년에 특이점이 온다고 했다. 이 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공지능 기계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말하라리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와 인간의 육체를 합성해서 만든 인조인간을 슈퍼사이보그라고 불렀다. 슈퍼사이보그는 집중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천 배가 되고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 대신 감정과 욕망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예측이 빗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술 진보에 의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 시점만이 특이점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지 정도가 지나쳐서 개념이 깨어지는 순간 또는 주체와 객체가 전도되는 시점도 특이점이다. 수천년간 지켜오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과 남녀 등의 정체성이 깨어지고 있다. 정의, 평등, 공정, 인권 등의 개념들이 오히려 혼란스럽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평등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녀의 평등을 성의 역할과 기능을 전제로 동일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에서의 평등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역할과 기능조차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하게 보인다. 어느 여당의원은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들의 의무적인 군복무를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스라엘이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전통, 관습을 가지고 있다. 복지란 본래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저소득계층의 행복추구를 돕기 위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해야한다고 기본소득제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어느 정치인은 반대로 형벌적 의미에서 벌금은 재산에 따라 내야한다고 차등제를 이야기 하기도 했다. 자기모순이다. 앞 뒤가 틀린 말이다. 핀란드가 벌금을 낼 때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야 평등하다고 보는 것이다. 재산과 소득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정도가 지나치다 보면 특이점을 지나 설명이 불가능하게 된다. 인간이 정의하는 모든 개념은 완벽하게 옳은 것은 없다. 성본에 대해 민법 781조 1항에서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정해져 있다. 부성 우선주의인 것이다. 더불어 헌법36조 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  유지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 인격권,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헌법, 민법은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이다. 준거적 요소인 것이다. 소수의견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지나쳐서 특이점에 이르면 파괴에 이를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인간의 기본집단이며 공동체이다. 따라서 집단의 질서가 필요하고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가정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나무는 아이러니하게도 호랑가시나무이다. 그 열매가 사랑의 열매이다. 어떻게 가시나무가 가정의 행복이라는 꽃말이 되었을까? 이 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생명력이 질기고 사철이 푸르고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척박한 곳에서 나무는 모든 수액을 열매을 맺게 하는데 쏟는다고 한다. 잎사귀에 사나운 가시가 있어 부딪히면 서로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경계 곧 가정의 질서와 사랑과 신뢰를 지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다. 가족구성원의 경계를 넘는 자유의지는 악이라는 부산물을 만든다. 가정이 파괴되는 특이점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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