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야크가 교실 안에 있다니? 아무리 상상의 폭을 넓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야크는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 사육되는 가축이다. 고산 지대의 사람들에게 운송수단과 함께 젖, 고기, 털옷 등을 제공해준다. 이런 야크가 교실에 있다니 말이 되질 않는다. ‘교실 안의 야크’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동화책 제목이나 아니면 영화 제목일 거라고 할 것이다.
‘교실 안의 야크’는 영화 제목이다. 은둔의 나라라고 불리는 부탄에서 2019년 제작된 보기 드문 영화이다. 부탄은 남아시아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내륙국으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에 속하지만,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로 알려진 나라이기도 하다.
영화는 부탄의 오지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변화하는 주인공 교사 유겐의 모습을 담았다. 부탄의 아름다운 풍광과 전통문화의 모습을 담은 영상미가 가슴을 은근슬쩍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운 사람을 떠나올 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영화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마술과 같은 영화이다. 눈과 머리와 가슴 속을 맑게 씻어주는 영화이다.
부탄의 수도에 사는 햇병아리 교사인 유겐에겐 교사라는 직업은 영 적성에 맞지 않는다. 교육에 흥미는 물론 사명감도 없다. 호주로의 이민을 꿈꾸고 있는 유겐은 한마디로 빵점짜리 교사이다. 교육부는 그를 부탄의 가장 외딴 벽지인 해발 4,800m 루나나 마을 학교로 발령을 낸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며칠만 있다가 떠나려는 유겐에게 때 묻지 않은 아이들과 마을 주민 그리고 자연의 경관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유겐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런 영화, 교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언제나 마음은 태양, 죽은 시인의 사회, 블랙, 선생 김봉두’ 등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마술 같은 매력은 다른 영화들이 따라오질 못하고 있다. 영화는 전기가 없어 태양열 충전 배터리를 사용해서 촬영되었고, 반장역을 맡은 9살 팸잠은 실제로 루나나에 사는 소녀라고 한다. 때 묻지 않은 팸잠의 연기에 관객들은 마술처럼 스며든다. 그리고 유겐에게 ‘야크의 노래’를 가르쳐주는 마을 아가씨 살돈. 유겐은 노래에 담긴 자연과 야크, 목동, 그리고 인연에 관한 노래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살돈은 늙은 야크 한 마리를 교실 안에 데려온다. 연료용으로 똥이 필요한 만큼만 야크에게 풀을 주라고 한다. ‘노르부’라는 이름의 야크가 유겐의 삶 속으로 또 깊숙하게 들어온다. 학교엔 유겐의 열정에 찬 목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게 된다.
겨울이 오자, 유겐은 호주로 떠난다. 유겐은 가수가 되어 팝송을 부르다가 갑자기 중단, ‘야크의 노래’를 부른다. 야크의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가슴 속 여운이 떠나질 않는다. 영화 속의 촌장 이야기도 그렇다.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지만, 교육을 많이 받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요.” 부탄의 고민이 영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직은 안정적인 보수와 편한 근무 환경으로 선호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 수능 점수도 높아야 교육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영화는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우리에게 재인식시켜 준다. 우리에게 선생님이란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스승의날에 즈음하여 소의 되새김질처럼 자꾸자꾸 생각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속 싱게라는 학생은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선생님은 사람의 미래를 어루만지기 때문이에요.” 가슴을 쿵 때리는 대사였다. 지나온 교직의 길이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이론만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하지는 않았는지? 음지쪽에서 발발 떠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는 주었는지? 아이들에게 싱게처럼 꿈은 심어주었는지? 지금은 그런 모든 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가슴이 텅 빈 듯하다. 스승의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선생님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니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교사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마술 같은 영화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