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미희 에세이
소설가와의 이별
  • 안산신문
  • 승인 2021.05.26 09:40
  • 댓글 0
김미희<소설가>

항상 그렇듯이 월요일 오후는 분주했다. 일상을  처리하느라 수없이  소식을 전해오는 휴대폰 톡도 제때 보지 못했다. 부고는  그녀의 이름으로 와 있었다. 그녀의 아들이 대신 보낸다는 문구와 함께. 안산의 소설가 전이영 작가가 영면했다.
 이런 이별은 늘 생경하고 당혹스럽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그렇고 친구와의 이별도 오랫동안 가슴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그녀는 암이 재발하여 8년 째 투병 중이었다. 삶에 대한 갈망으로 그동안 항암치료를 80번이나  견뎌냈다. 암이 재발했을 때 이미 손 쓸 수없이 전이되었고, 생명도 겨우 2년 정도라고 했다.
 연장된 생명동안 그녀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소설집《딸꾹질》을 발간하여 중앙문단의 주목을 받고 한국소설가협회 상을 수상하였다. 또 문예창작 대학원을 공부하며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계속 집필하고 발표하였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유쾌하고 활발했던 모습에 환자인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은  두 달 전이었다. 80번 이후 더이상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녀와 나는 마지막을 예감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우리는 문학에 대해 소설에 대해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격언처럼  초록이 뒤척이는 계절에 그녀는 가버렸다. 그녀의 인생은  장편소설 몇 권이 아닌 도서관이었다.
 아무리 예견된 이별이어도 그 무게는 하나도 가볍지 않다.앞으로 얼마나 많이 기억에서 순환되어 올까?
 오늘은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내일이다.  그녀가 한 줌의 재로 돌아간 다음 날,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수원 화성을 산책하다가 발목을 부러뜨려서 수술을 했다.
병원에서 그녀가 남긴 유작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본 천재소설가와의 이별이 아쉬웠다. 유명하진 않았어도 그녀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간 것이다.
 누구나 이 세상을 영원히 살지는 않는다.작가는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게 소망이다. 돈을 남기고 지식을 남기려고  욕망으로 점철된 사람도  많다. 또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고 애쓰며 사는 사람도 많다.
 사람의 내일을 아무도 알 수 없듯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먼 곳에 있는 보물을 찾아 방황하지 말고 내 발밑을 열심히 파는 일. 그것이 내게 주어진   작가의 역할이다.
이 세상과 이별할 때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