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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안산신문
  • 승인 2021.05.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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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카와 소스케 장편소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말로 책을 좋아하나요?” 책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린타로의 신변에 변화가 생긴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이다. 고모는 린타로에게 서점을 정리하자고 한다. 고서점엔 베스트셀러도 없고 신작이나 실용서, 만화나 잡지도 없다. 그러나 웬만한 고전은 다 있다. 서점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날, 자칭 얼룩이라는 고양이가 나타나 “너의 힘을 빌리고 싶어.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해. 나를 도와줘.”라고 말한다. 고양이의 부탁에 린타로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돕기로 한다. 인간의 말을 구사하는 까칠한 고양이와 책벌레 외톨이 소년은 서점 뒤편의 다른 공간으로 책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소설에는 네 가지 미궁이 나온다. 첫 번째 미궁, 가두는 자는 책을 읽는 것에만 목적이 있다. 읽은 책의 수로 경쟁하는 자칭 지식인이자 비평가다.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한 번 읽은 책은 투명 쇼케이스에 자물쇠를 채워 보관한다. 두 번째 미궁, 자르는 자는 독서의 효율화를 연구하는 학자다. 속독에 줄거리를 융합하여 단숨에 읽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책을 잘라 줄거리만 남긴다. 세 번째 미궁, 팔아 치우는 자다. 많이 팔아 이익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 사장이다. 책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소비하게 만들지만 생각한다. 마지막 미궁은 이천년 이상 된 깊게 상처받은 책이다.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인간은 소중한 책을 계속해서 파괴해왔고, 파괴된 책은 힘을 잃어버렸다. 책의 미궁 속에서 린타로는 책을 구해낼 수 있을까?
  저자인 나쓰카와 소스케는 작가이자 의사다. 필력이 좋아 쉽게 읽히는 글을 쓴다. 수련의 경험을 토대로 쓴 처녀작 <신의 카르테>를 비롯하여 그의 전작들은 인간상에 대한 작가의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소설은 그의 첫 판타지 소설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책을 읽은 뒤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전부 내가 걸어온 길이다. 그들이 내세운 이론을 린타로가 어떻게 돌파하느냐는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책에 바치는 헌사이자 작가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셰익스피어부터 니체, 생텍쥐페리, 로맹 롤랑, 다자이 오사무 등 유명작가들과 그들의 책이 나온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좋은 글귀를 첨부하여 소설 속에서 녹아들게 장치했다. 생전의 할아버지가 린타로에게 해준 말들은 이야기의 복선이 된다. 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말이 요란하지 않게 마음에 와 닿는다. 소개 된 책들은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 읽을 수도 있다. 작품에 현실이 잘 녹아들어갔다. 장이 끝날 때마다 책갈피를 끼워 놓고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책에서는 독서가들의 잘못된 독서법에 대한 비판, 책을 읽지 않는 현 세대의 비판과 흥미 위주의 책만 출판하는 출판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또한 이러한 세태에 신음하는 책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그렇다고 현 세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나 평론을 소설화한 것 같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읽고 난 후 독서 습관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보는 건 어떤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었을 때의 고뇌와 황홀함을 경험할 것이다.

이소영(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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