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5월을 수놓았던 꽃들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팝나무, 아카시나무의 뒤를 이은 장미와 찔레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장미꽃을 들여다보노라면, 왜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고개를 끄덕일 정도이다.
엊그제 찾아온 것 같은 계절의 여왕 5월이 떠나가고 있다. 5월을 맞으며 정치권이 좀 변할까 기대했지만, 말짱 헛수고이다. 숫자 5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었을까? 숫자 5는 완성의 의미, 완전무결한 집합체를 뜻한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기운을 가진 숫자인가. 손가락, 발가락 수가 각각 다섯 개씩이다. 우리 몸의 주요 기관인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오장(五臟)이라고 부른다. 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오곡(五穀)이라 한다.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단맛을 오미(五味)라고 한다. 만화영화에는 ‘독수리 5형제’까지 있다. 또한, 5는 사랑과 화합을 나타내는 수이다. 음(여성)인 2와 양(남성)인 3을 결합한 숫자가 5이다. 그래서 결혼식 축의금도 5만 원을 가장 많이 낸다는 믿거나 말거나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사랑과 화합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물과 기름인 곳, 우리의 정치권이다. 끼리끼리 외엔 눈 씻고 봐도 좋은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의 수장 후보자들의 비리 의혹이 엄청나게 터져 나왔다.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학회 참석을 빙자한 가족들과의 외유성 출장, 고가의 도자기 밀반입 의혹, 세종시 아파트 수억 원대 차익을 남긴 후보, 아내의 절도 범죄와 아들의 실업급여 부정 수령 의혹…. 이쯤 되면 비리의 온상이다. 자격조차 없다. 고위 공직자들에겐 청렴이야말로 최우선 절대가치이다. 결국, 한 사람은 자진사퇴를 하고 둘은 당당하게 입각을 했다. 진땀 흘리며 죄송하다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 인사청문회.”라는 비난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아예 후보자들을 능력 갖춘 전문가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이 정권 들어 고위직 인물들을 보면, 청렴한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을 정도이다. 이럴 정도면 청문회 제도를 아예 없애버리는 게 낫다.
여권 대선 후보들의 막 퍼주기 식 말이 점입가경이다. 청년층의 돌아선 표심을 얻기 위해 아무 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 ‘대학 안 가는 학생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 원, 군 제대 시 3,000만 원, 1억 원 적립형통장’ 등의 지원이 대표적이다. 어느 구청장은 초등학생에게 용돈을 주겠다며 조례제정까지 준비하고 있다. 개가 웃을 일, 나라빚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더욱이 국무총리의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이고, 이를 적극 환수해야 한다.”라는 발언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집값을 안정시킨다며 설익은 정책을 25번 가깝게 헛발질을 해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올라간 집값이다. 정치권의 잘못을 국민에게 돌려대니 기가 막힌 발상이다. 내로남불에 익숙해도 참 익숙한 사람들이다.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자들이 지지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 캠프가 속속 세워지고, 한 후보자는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런저런 이유로 여당 안에서 대선 경선 연기라는 말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당헌까지도 바꾼 정당, 여차하면 눈치 봐가며 또 바꿀지도 모른다. 국민의힘도 당권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가 8명이나 된다. 아직도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있는 듯, 예서제서 파열음이 생겨 나오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대선까지 나라는 얼마나 시끄럽고 소용돌이 속에 파묻힐까?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은 얼마나 쏟아낼까? 가짜 뉴스는 또 얼마나 터져 나올까? 국민의 혈세를 갖고 마음대로 장난질하는 후보들에게는 차갑게 돌아서야 한다. 힘들더라도 기초부터 반듯하게 나라를 세우는 혈세 정책이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갈 것인지, 그런 걱정 속에서 보는 장미꽃이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게 보인다. 일상에 힘든 눈과 마음을 씻어주던 계절의 여왕 5월이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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