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전설 같은 오래된 실화이다. 1883년 미국의 뉴욕항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주요 인사들이 죄다 모였다. 31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오는 유해 한 기의 봉환 행사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유해의 주인공은 굉장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주인공은 미국의 역사를 바꾼 정치가도, 장군도, 유명한 예술가도 아니었다. 한낱 어느 한 노래를 지은 작사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행사에 대통령까지 참석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그는 ‘존 하워드 페인’이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작사한 사람이었다. 원제목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으로 개사 된 노래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내 집뿐이리.”
중장년층 이상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애창곡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노래에는 전설 같은 비화도 많이 뒤따르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 치열하던 1863년, 곧 있을 싸움을 독려하기 위해 북군 군악대는 ‘성조기의 노래’를, 남군은 ‘딕시의 노래’를 연주하며 맞섰다. 이제 곧 벌어질 격전, 느닷없이 북군의 군악대가 ‘홈 스위트 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군과 북군의 합창이 전장에 울려 퍼지고, 24시간 휴전이 이루어졌다. 병사들은 가족을 생각하며 집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 노래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시에는 전의를 상실시킨다며 금지령까지 내렸을 정도였다.
작사가인 존 하워드 페인은 가사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불우한 삶을 산 사람이었다. 열세 살 때 부모를 잃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떠돌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무일푼의 신세였을 때 이 노래를 지었다. 1852년, 그가 알제리에서 숨을 거두며 “돌아갈 가정은 없지만, 고향 공동묘지에라도 묻히게 해주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31년이 지나서야 미국 정부는 그의 유해를 미국으로 안치했다.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아름다운 노래로 미국을 건강한 나라로 만든 존 하워드 페인. 편안히 잠드소서.’
즐거운 나의 집은 가정의 소중함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며 최소 단위의 사회와 국가이다.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는 물론 국가도 절로 행복해진다. 모든 행복의 근간이 가정이다. 그러나 요즈음 현실을 보면, 곳곳에서 아동학대와 가정 폭력이 끊이질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필로폰 투약 엄마 사건, 게임을 만류하는 엄마에게 열 살짜리 아들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가족이 무섭다. 가정이 풍비박산마저 되는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더 무서운 것은, 가정의 개념까지도 청년층에서는 빠르게 달라지는 데에 있다. 중앙지 한 신문의 제목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결혼과 출산이 다 필요 없다는 20대의 절반이 지운 이름, 그 이름은 ‘가족!’.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인 가구가 지난해 30.4%를 차지했다. 20대에서는 비혼 53%, 무자녀 52.5%까지 찬성으로 나타났다.
페스탈로치는 이 세상의 많은 기쁨 중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간 서로 이해하고 믿음과 신뢰가 가득한 사랑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슬플 때와 힘들 때도 서로 위로가 되어 하나로 되는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판타지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주인공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려 신비한 나라 오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 환상의 나라 속에서 수많은 것을 얻었으나, 결국 집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이다. 이탈리아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천국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신기루 같은 곳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면 되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 그게 바로 천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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