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깊고 험준한 산길을 가더라도 길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 그 길을 걸었고 그 길위에서 사색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길이 안보여도 역사와 선현의 가르침을 더듬고 음미하다보면 어렴풋하거나 또렷한 내용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런 도움은 고전 인문학의 여러 서적들에 많이 들어있다. 특히 고전은 이미 길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걷다보면 감사하게도 역사를 감득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길을 고치고 수정하며 아예 폐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고전이 발휘하는 가치와 의미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불선 문화가 삼천리 방방곡곡  속속들이 배여 있는 한민족에겐 더욱 그렇다.
 고전은 우리 문화의 유래를 탐색하면서 미래 사상을 모색하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우리 민족에게 있는 고유하고 고귀한 정신을 기초로 자주 독립적 사상과 정신을 북돋아 준다. 그 정신이 여실히 발현된다면 민족의 웅대한 역사적 과제의 발로가 펼쳐지리란 기대를 충분히 가져봄직 하다.
 우리 민족이 앞으로 열어갈 원대한 비전은 아마도 남북평화와 사람중심 공동체인 대동사회라는 과제일 것이다. 이 중차대한 과제를 실현하려면 기본적인 땅고르기, 터 닦음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기초 다시 세우기이다. 그동안 우리의 상식과 사고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20세기 시대적 변화속에서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사상의 도입에 따른 가치관의 변동을 경험하였다. 그 변화는 수많은 사연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였다. 동시에 인내와 끈기로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세계 10대 무역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하게 피식민지였던 나라가 식민지 본국을 정치경제등 다방면에서 앞지르는 성과를 내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기성세대들은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저력은 드디어 일본의 벽을 넘어 G7에 근접하고 있다. 국방력도 세계 8위권에 드는 강국이다. 얼마나 자랑스런 상황이 되었는지 가슴 벅차다.
 이러한 상황에서 잠시 여유롭게 우리가 고전에서 빌리고 생각해볼 말이 있다. 그것은 노자 도덕경에 있는 말이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이란 말이다. 여리고 약한 것이 강하고 굳센 것을 이긴다는 말이다. 공자 논어에는 관유지교 불보무도 군자거(寬柔之敎 不報無道 君子居)로 세상에서 머물만한 곳은 너그럽고 부드럽고 도가 없어도 보복하지 않는 가르침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요즘처럼 일등주의와 과열 경쟁으로 사회 전반에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은 상황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생각이다. 즉 고전은 생활의 지혜를 공급하고 있는 보고이다.
 보물은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사상의 핵심은 은미하다. 그러나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간직해 온 동양사상의 정수이다. 그 동양 정신은 남북평화와 대동사회를 만드는 유일하고 유력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양사상의 가치를 교육과 담론 등 모든 사회 수단을 동원하여 발현해야 한다. 그동안 가려지고 오염된 동양 정신세계와 한민족의 고명(高明), 돈후(敦厚)한 사상을 다시 일으켜야 할 역사적 사명을 따라야 한다. 바야흐로 천지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우리 보통인 모두에 내재해 있고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마땅함이요 소이연이다.  대한민국의 정신세계속에 있는 가치는 각 시대 상황마다 단련되고 농축되어 선현들이 남기신 傳言에 녹아있다. 그렇게 남기신 말씀들을 다시 꺼내어 법고창신(法古創新)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더욱 밝아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고전 인문학이 닦아 놓은 길이며 신선하고 감칠난 맛이라고 권해 보면서 고전에서 느끼는 풍미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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