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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 안산신문
  • 승인 2021.06.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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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

여섯 살의 카야는 차양문을 닫으며 떠나는 엄마를 지켜보기만 한다. 큰길로 들어설 때 항상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던 엄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미국 남부 해안 습지 판잣집에 엄마와 언니들, 그리고 오빠들까지 아빠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떠나버린 후, 카야는 주정뱅이 아빠와 남겨지게 된다.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 가족들을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기만 하는 아빠, 어린 카야는 그렇게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고 말았다.
 한 소녀의 일생을 펼치며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해안가 습지와 야생의 생물들, 척박한 땅인 듯하면서도 넘치게 풍요로운 자연과 사무치도록 외로운 소녀 카라와의 교감을 작가는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나라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습지 구역 외진 곳 허름한 판잣집에 혼자 남겨진 어린 카라, 그 외로움의 깊은 늪에 빠진 주인공을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다 눈물을 쏟은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살수도 있는 거구나! 하지만 결코 슬픈 소설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로맨스가 있고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평생 야생동물을 벗 삼아 지냈던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 그녀의 첫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자연에 관한 생생한 탐구와 그 배경으로 펼치는 한 소녀의 외로움과 뼈아픈 고통,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노스 캐롤나이나 주 해안 습지에 가득한 생명의 경이로움과 그 자연에 대한 작가의 빛나는 문체가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점점 빠져들게 한다.
 1950년대와 60년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여섯 살의 카야가 가족들이 하나둘 떠난 후 마지막에는 혼자 남겨져 삶과 마주하는 모습,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그녀가 겪는 삶의 고비 고비가 영화의 장면 장면처럼 선명하게 가슴에 남는다.
 “아버지는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카야는 엄마의 텃밭에서 순무싹을 따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끓여 먹었다. 달걀을 찾으러 닭장에 가봤지만 텅텅 비어 있었다. 닭 한 마리, 달걀 한 개 보이지 않았다.” -26쪽
 습지에는 수백 년 전부터 여러 형태의 뜨내기들이 모여들어 살기에 카야의 가족은 지역 사람들에게 ‘늪지 쓰레기’라 불리며 차별과 혐오 속에 살았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까지 떠나버린 습지에서 어린 카야는 두려움 앞에서 어둠과 싸워야 하고 생존의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유일하게 카라를 챙겨주는 흑인 아저씨 점핑의 가게에 새벽부터 캐온 홍합을 팔아 필요한 연료와 먹을거리를 샀을 때 카라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촛불과 달빛에 의지해 부지런히 홍합을 따며 조금씩 자라는 카라, 야생 생물들을 관찰하며 주변에 서식하는 조류의 깃털을 수집하는 카야에게 처음 사랑으로 다가온 테이트, 그는 카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며 세상과 연결시켜 그녀가 모은 수집품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나게 돕는다. 하지만 테이트의 대학 진학을 계기로 그와 이별 하게 되는 카라.
 테이트와의 이별이 가져온 깊은 외로움에 가족이 절실했던 카야는 두 번째 사랑 체이스를 만나 그와의 미래를 꿈꾸었지만 배신을 당하게 되고, 어느 날 시신으로 발견된 체이스의 살인 용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인간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소녀가 야생의 생물들을 관찰하며 수컷과 암컷의 관계, 어떻게 살아내는지 그들의 생존방식과 또 가족을 의미를 깨우친다. 1950~60년대 미국 남부 사회의 인종차별, 빈부격차에 대한 지역사회의 차별 문제를 느끼게 하는 이 소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소녀가 겪는 일생이 뼈저리게 슬프고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놀랄만큼 감동적인 이유일 테고 작가의 이색적인 직업에서 비롯된 자연 생태에 대한 묘사가 너무 신비롭기 때문일 것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이 책을 펼칠 때 아마 독자는 카야의 손을 끝까지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최정인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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