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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안산신문
  • 승인 2021.06.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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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숙 지음, 슬로비 펴냄


 요즘 인스타에선 ‘줍깅’을 자랑하는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줍깅’이란 쓰레기를 ‘줍다’와 ‘조깅’의 합성어로 운동과 환경정화를 동시에 하는 일석이조의 활동이다. 외국에서는 ‘플로깅 Plogging’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등산할 때, 공원이나 강변에서 조깅할 때, 여행지에서 둘레길을 걸을 때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는 ‘플로거Plogger’들이 부쩍 많아졌다. 누군가는 줍깅(플로깅)을 자랑하고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SNS용 허세 혹은 잠시의 유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쓰레기 줍기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되었다는 현실은 쓰레기와 같은 환경문제가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쓰레기 문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 시대의 가치관,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연결된 인문학적인 주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으며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는 쓰레기라는 결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 날마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당장 쓰레기 수거장에 내다 놓은 뽁뽁이 비닐, 아이스박스와 아이스팩 등을 비롯한 각종 일회용품을 떠올려보시라.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사서 쓰고 버리고 다시 사고 쓰고 버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지. 일회용으로 점철된 편리한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새 나 자신도 일회용이 되어버린 듯한 슬픈 세상 속에서 이제 우리는 쓰레기를 다시 봐야 한다. 아니, 쓰레기를 공부해야 한다. 서울 망원동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를 덕질하고 있는 환경운동가 고금숙 씨는 어떤 물건도, 어떤 사람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는 삶을 꿈꾸며 이 책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를 썼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는 대량의 쓰레기로 전락하는 일회용품에 집중한 책이다. 빨대, 비닐, 각종 용기 등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거의 모두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우리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분명하지만, 플라스틱을 남용한 나머지, 이제 플라스틱은 야생의 생명체들을 죽이고 있다. 썩지 않고 분해된 미세 플라스틱으로 우리 몸속으로 돌아와 차곡차곡 쌓여간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도대체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그런 세상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참담한 지구 환경 파괴의 실상 앞에서 우리는 이런 물음을 떠올린다.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답한다.
 “독일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현재 60퍼센트 이상 많은 의류를 구매한다. 옷을 소유하는 기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그 결과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124쪽)
 “진정한 대안은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거다. 100퍼센트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를 하자는 게 아니다. 고등어나 돼지고기 포장에는 일회용 생분해 봉투를 쓰더라도, 바나나와 브로콜리까지 포장해 놓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이 관행을 열렬히 뜯어고치면서 신기술을 적용하자. 최대한 일회용에 앞서 다회용을, 재활용에 앞서 재사용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볼 일이다.”(169쪽)
 플라스틱 사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종이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탄소발자국이 비닐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탄소발자국보다 5~50배가 많다는 사실을 근거로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쓰레기 처리는 나 몰라라 하는 인류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또한 플라스틱은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썩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물질이다. 전 세계 수돗물 샘플 중 70~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2017년에 이미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일회용이 아니니까>는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들을 재미나게 풀어 설명해준다.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요모조모 짚어주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연대 활동을 보여준다.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플라스틱 프리 매뉴얼(정말 자세하고 정밀한 매뉴얼이다)과 에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는 덤이다. 일상에 최적화된 환경운동을 펼쳐온 저자의 경험담이 팔팔 녹아있어 뜨겁고 환경단체 등에서의 오랜 활동으로 단련된 저자의 입담이 시원하다.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며 에코백을 20개씩 사서 쟁여두는 지인, 플라스틱은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몽땅 모아서 내놓으면 알아서 재활용될 거로 생각하는 옆집, 기업이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생분해 재질을 맹신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그의 두 손에 쥐여주시라. 한 사람이라도 더 플라스틱 프리에 힘을 보탠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쓰레기 세상을 벗어나게 될 테니. 

정상미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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